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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도 Aug 13. 2020

사서가 천직이라고요?


"감각은 속이지 않는다. 속이는 것은 항상 판단이다" 

     

공무원 시험에 여러 번 떨어졌다. 여러 번 떨어지니 자신감이 없었다. 부모님에게도 죄송스러운 마음이 컸다.

여전히 나는 공공도서관에서 시험공부를 했다. 열람실은 4층이었고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옥상은 취준생과 학생, 공무원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북적이였다. 

흡연구역이 따로 마련되지 않는 시절이라 담배연기가 뿌였게 옥상에 가득 찼었다. 유일한 쉼터가 옥상이지만 이곳을 벗어나기 위한 희망찬 공간이기도 하다.

공부가 되지 않는 날은 자료실에서 배회하였고 그곳에 만난 사서의 세계는 알 수 없이 넓어 보였다. 친절하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사서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다. 

그저 책이 있고 이용자를 대면하는 모습이 뭔가 전문직인 것 같았고 사서라는 자체가 부러움의 대상으로 어느새 자리 잡고 있었다.

괴테가 말한 “감각은 속이지 않는다. 속이는 것은 항상 판단이다!”라도 했다. 나는 나의 감각을 믿고 사서라는 단어, 느낌, 성향, 감각에 의지한 채 다시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늦게 시작한 만큼 마지막으로 사서라는 직업을 알아보았고 쉽지 않은 길이라도 도전했었다. 우여곡절 끝에 교육을 마치고 사서라는 문특에 자리 잡고자 여러 곳을 알아보다가 대학도서관 사서로 그 첫걸음을 뗄 수 있었다. 

처음에는 계약직으로 시작했지만 여기에도 벽 같은 것들을 뚫려야 하기에 쉬운 길은 없었다. 본관과 도서관 그 중심에는 가로 박힌 벽이 있기에 나를 위한 자기 계발과 새로운 이용자 서비스에 항상 목말라 있었다.

누구는 나를 사서의 천직이라고 하지만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들어갔었고 그곳에 몸담았다 보니 새로운 세계가 어느 순간 열려 있었다. 대학의 심장은 도서관이라는 상징성보다는 아웃사이더라는 이미지가 더 강했다.

늦게 시작한 만큼 더 열심히 도서관 관련 책과 저널지, 정보들을 알아 갔을 때에 나라는 정체성을 조금이나마 사서라는 역할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전문대학도서관은 관장, 과장, 사서 3명이 운영한다. 관장은 교수가 맡았고 과장보다는 나의 업무가 과중된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늦게 시작한 만큼 배운다는 자세로 열심히 일해 왔었다. 일이라기보다는 도서관과 나의 삶에 대한 연장선이었고 에너지 같은 뜨거움이 있었다.

도서관 1층은 나의 공간이었고 나름의 이용자를 위한 참고 서비스와 행정, 수서가 진행된 곳이다. 한계가 부딪힐 때는 연수에 참여하였고 자기 계발에도 노력했었다. 그때는 천직이라 생각되었다. 하지만 삶이란 것이 순탄하지만 않았다.

사람과의 관계는 늘 기름과 물 같아서 언제나 불안하고도 괴로움이 밀려왔었다. 9년을 다녀왔는지만 나는 그 선택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하루가 너무 길게 느껴졌다. 고민한 끝에 그만두었다. 다시 시작하면 될 것이라 자만심도 있었다. 

매일 나와의 사투는 긴 여행을 떠나고 있을 듯한 기분이다. 누구나 기회는 찾아오게 마련이다. 고통을 참기가 어려울 뿐이다. 차분히 다시 그 길로 가고자 하는 준비하는 마음으로 살았다. 희망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삶의 심장도 다시 뛰었다.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길이 보이지 않았다. 그 길 끝을 잡고 싶었다. 

여러 곳의 도서관 관련 기관에 이력서를 제출했었다. 돌아오는 것은 침묵이었다.

어디서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잠시 다른 길로 가보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컨설팅과 원어민 강사 섭외 일을 하면서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던 것 같았다.

왜냐하면 도서관이란 오랜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과 마주하는 방식은 나를 가두었던 생각과 사고를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가 지금의 나를 조금 더 넓은 시각으로 삶을 바라보고 있었다. 

1년 뒤 초등학교 사서로 가면서 나의 변화된 삶이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학교도서관의 문제점을 SWOT 분석으로 파악하여 하나하나 우리 학교만의 고유한 도서관 문화를 만들기 위해 마스터플랜을 짜고 실행에 옮겼다.

6년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학생들의 책 읽기가 학교에서의 책문화는 서서히 그 길이 보이고 있었다. 아침 독서는 매일 책 읽는 학교 분위기로, 수요일은 그림책 읽어주는 어머니의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여럿이 함께 모여 책 토론을 여는 독서동아리, 우리 학교의 자랑 한 책 읽기를 연계하여 운영하는 작가와의 만남은 글쓴이와 학생과의 삶에 오롯이 깊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진로독서와 책놀이는 특성화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어 아이들의 꿈과 함께 나아가도록 친밀하게 접근하였다. 독서 오름길은 체계적으로 책 읽기를 도달하기 위한 독서 전, 중, 후의 활동으로 아이의 만족 독서가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학교도서관의 새롭고 미래지향적인 공간으로 리모델링화 하고 나서 아이들의 마음에 책문화라는 가치를 새로운 곳들로 자리 잡게 되었다.

도서관은 평생독자로 나아가는 삶의 나침반 같은 곳이다. 아이들은 그곳에서 꿈꾸고 또 다른 세계의 문을 탐험하고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자 보물섬이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끊임없이 질문하고 표출할 수 있도록 학교도서관의 환경을 늘 미래지향적인 공간으로 꾸미고 공간마다의 역동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새로운 사고의 전환이 필요할 때 외부활동이 나의 삶을 변화시키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주말이 가장 바쁜 날이다.

동네책방이나 도서관이 주 무대다. 인터뷰하는 것도 즐겁지만 그 공간의 공기를 마시고 다양한 삶들을 경험하는 자체가 나에게 큰 성장의 기쁨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글로 쓰고 sns에 알리는 활동은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나만의 콘텐츠다.

최종 목표는 책으로 엮어 나라는 콘텐츠를 구축하고 또 누군가에게 삶의 방향성을 키우는데 도움을 주고자 꾸준히 담아내고 있다.

누구나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찾아올 것이다. 기회를 잡을 줄 알아야 또 다른 기회가 인생의 나다움의 호흡을 천천히 내디뎌내는 에너지가 넘쳐 날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사서가 사서에게 하고 싶은 말"       



직장에 다니거나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우리는 한 번쯤 매너리즘에 빠질 날이 있을 것이다. 

도서관 사서가 편안한 직업으로 착각하고 있다면 오산이다. 사서는 직무 스트레스와 감정노동에 노출되어 있다. 복합적인 요소들이 내재되어 있기에 그럴 때마다 나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괴로워할 때가 많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지만 반복적으로 남아 있기에 우리 삶은 또 한 번 성숙되고 내면의 것들을 감춰지네기도 한다.

나도 그중에 한 사람이다. 많은 고비를 넘겼지만 아직도 그 잠재돼 있는 것들을 표출하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자연히 나 아닌 타인의 경험과 역경을 이겨내는 책들을 읽어가며 힘을 얻기도 하고, 가끔 선배 사서를 만나면서 그곳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찾는다.

그들의 조언은 많은 도움을 주기도 하고 지나온 길들을 경험하는데 새롭게 비춰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간으로 남긴다.    

나는 이런 사서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되었다. 

사서는 과거, 현재, 특히 미래의 트렌드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책을 다루는 사서는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고 트렌드를 읽어낼 필요성이 있다. 이용자보다 먼저 발견하고 알려주며 안내하는 책의 안내자 큐레이션은 다양한 미래의 감각과 정보를 익히는 중요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코로나 바이러스,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돈의 속성, 페미니즘, 일론 머스크 등의 관련 책과 물품, 사진 등을 전시하여 알리고 안내하는 역할이다.    

두 번째는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보듬어 주는 상담 사서가 필요하다. 요즘, 우울과 불안, 강박, 분노, 스트레스 등의 현대적인 고질병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심리상담을 통해 관련 책을 추천하고 함께 치유하고자 하는 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사서는 책과 사람과의 관계를 연결하는 매개적 역할을 담당하기에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가까이 다가가는 적극적인 성향의 봉사정신을 가질 필요성이 있다.    

세 번째는 공간감각이다. 공간과 공간이 주는 의미와 접근성, 자연스럽게 책을 펼치고 읽을 수 있는 행위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용자를 위한 봉사정신과 책의 맥락을 파악하는 노력들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사서는 온라인 정보 분야를 관리하고 구축하여 이용자에게 좋은 자료와 정보만 걸려주는 역할로 확장됐다. 

사서는 도서관 이용자를 상대로 하는 ‘지식 정보 서비스직’이다. 도서관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신속하고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이용자와의 관계가 향상될 수 있도록 의사소통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된다.

다양한 분야에 시대적 흐름의 지적 호기심을 갖고 창의적으로 탐구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말 것이고, 긍정적이고 친절함이 베여있는 사서로 가꾸고 성장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코로나 시대에 온라인 도서관이 갖추어져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전자정보를 체계화할 수 있는 분석력과 융합 능력이 필요하다. 오디오북, 전자책, 밀리의 서재 등 뉴 노멀 시대에 개인이 원하는 맞춤형 정보서비스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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