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당신의 글자들> 그 공간의 꿈

by 강상도
마을 속 작은 책방은 마을주민의 문화공간이다..JPG


연일 계속되는 장마와 코로나 19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계획했던 휴가도 취소하고, 밖에 나갈 엄두도 내지 못할 지경이다.

어릴 적 시골에서는 긴 여름철 장마에 배추전이 최고의 주전부리였다. 배추전과 함께 인기 만화를 보면 지루함을 달랬다. 지금은 온라인 환경이 좋아져 집에서도 즐길거리가 많아졌다.

하지만 책을 읽거나 동네 도서관이나 책방에 가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안타깝다. 책문화를 꾀하는 것은 그곳에 문을 열고 몸을 기대고 잠시 따뜻한 온기를 느끼고 공기를 마시는 것들의 행위 자체가 책들에 대한 예의다.


양산시 평산동 경보 그린타워 상가 1층에는 지난 7월 4일(토)에 <당신의 글자들> 마을 속 서점이 문을 열었다.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 15평의 공간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 모았다.

창 틈에 비친 공간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어느 날 문득 찾아온 손 내밀어준 마음속 당신의 글자들”이 오늘 책방 주인과 나, 그리고 책의 향기를 뿜었다.


당신의 글자를 찾아가는 동네책방, 행복이 영글다..JPG


이동헌(52) 대표는 KT에서 20년 동안 근무하면서 틈틈이 좋아하는 책을 읽었다. 직업을 바꾸지 않으면 삶이 바뀌기 않기 때문에 직업을 바꾸고자 큰 결심을 했었다.

처음에는 부산에서 5년 동안 게스트하우스 겸 북 스테이를 했는데 기대만큼 쉽지 않았다. 오는 손님과 함께 책과 인생 이야기도 나누는 그런 공간이길 바랬으나 현실은 다르게 흘러갔었다. 늘 마음속에는 책방이 자리 잡고 있었다. 전국의 책방을 돌아다니며 생각을 정리했고 실현에 옮겼다.


아내와 딸이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주었다. 처제의 권유로 양산 덕계 평산동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이 마을은 특히 마을공동체 <평화를 잇는 사람들>이 있어 인문학, 기후변화, 마을운동, 교육, 마을 방송국 등의 역할을 서점과 함께하면 시너지 효과가 배가 될 것이라고 판단하여 이곳으로 옮기게 된 계기가 되었다.

서점을 열기 전 지난 6월 11일(목) 저녁 7시 카페 이음에서 서점을 알리고자 마을 설명회를 가졌다.


<당신의 글자들>의 의미는 “자기 마음속에는 각자 자기만의 글자를 품고 살아간다. 책 속의 글자 중에 당신 각자가 손 내밀어준 마음속 글자를 함께 나누고 찾아가는 곳”이 바로 마을 속 서점이다. 이 대표의 글자는 <꿈>이라 했다.

서점은 주인 취향에 맞는 책방이 아니라 마을 주민들을 위한 관심사로 책을 구입하고 마을의 이야기로 녹아들어 갈 수 있도록 동네 사랑방처럼 꾸려갈 것이라 한다.

창은 훤히 보이도록 그림도, 무늬도, 색깔도 넣지 않았고 간판은 불을 밝혀 세상살이에 지친 분들은 그 불빛을 따라 책방 문을 열고 들어오면 좋겠다고. 한 컨에는 커피를 내려 마실 공간을 두었고 독립출판물과 일반도서 900여 권의 서가에 꽂힌 책들은 당신의 글자들로 찾아가는 책방지기의 마음이 담겼다.

당신의글자들 내부모습.JPG

마을 서점에는 아주 특별한 신문 <밝은덕 코로나 신문>이 입고되었다. 덕계에 자리한 중등 대안학교 밝은덕중학교 학생들이 직접 취재하고 뛰어서 만든 코로나 19를 살아가는 세상 이야기가 가득 실렸다.

마을에서 기증한 책들은 특별했다. 한 번 읽었다고 책의 가치가 덜하지 않기에 새책과 중고책이 함께 진열되었다는 것. 특히, 대안학교에 근무하는 유진쌤은 200여 권의 추천 동화책을 기증할 정도로 그의 서가에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기부된 중고책은 판매될 시 판매가의 50%를 환급해 주고 있으며 판매가의 10%는 평화를 잇는 사람들의 교육문화활동사업에 기부된다.

책의 큐레이션은 책방지기가 직접 읽고 주제별로 책을 분류하여 매대에 소개하고 있다. 현재 핫한 재난 그 후의 태도들, 가족의 모습, 전쟁과 여성, 기본소득, 일하는 여성, 노동 인권 관련 책들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인스타그램에도 신간 입고와 책방 소식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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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평산동은 문화적 시설이 없어요, 아이들이 방과 후에 우리 책방에 자주 들러 동네 도서관처럼 자연스럽게 읽고 가는 모습에 흐뭇해요” “앞으로 책을 읽고 주제에 맞는 영화를 보는 독서모임을 꾸려가며 여건이 되면 1인 출판사를 만들어 마을분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내고 싶다고” 이 대표는 밝혔다.


이 대표에게 책 한 권을 추천받았다. 제임스 볼드윈의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은 1970년대 미국, 인종 차별로 인한 고통과 분노가 깔려 있는 시간과 공간을 배경으로, 폭력적이고 차별적이고 부당한 처벌을 받는 한 연인의 이야기가 담긴 장편소설이다. 책을 읽고 관련 영화를 보면 최근 미국 흑인 폭동 사태와 맞물려 문제의식을 더 깊게 파고들어 갈 수 있다며 추천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 꾸준히 책을 읽고 공부하여 좋을 책을 구입할 것이며 마을 주민들이 많이 올 수 있도록 편안하고 들락날락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갈 것입니다. 독서모임도 활성화하여 능동적이고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책방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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