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멘집 알바생 '지민'의 지구 구하기 작전

by 강상도

어릴 적 외계인 침공에 지구가 멸망하는 꿈을 꾼 적이 있다. 그때는 상상이 어떤 초월을 통과했는지 모른다. 이 터무니없는 상상은 나를 새로운 꿈을 꾸게 하는 단 하나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은 믿고 있는지도. 어느 날 동네 도서관에서 눈에 띈 책을 발견했다. 박대겸의 신작 장편소설 『외계인이 인류를 멸망시킨대』라는 그 어릴 적 상상의 순간을 조금 더 현실적으로 나를 그곳으로 가는 하나의 축을 만들어 주었다.

“지구인들, 안녕. 내 이름은 셀타 드리온느. 우리는 지구에서 약 108만 광년 떨어진 더플칸리엡이라는 행성에서 왔어. (중략) 결론만 말하자면, 우리는 지구인들을 이용하기 위해 찾아왔다. 현재 우리가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지구에는 약 80억 명의 인간이 존재하고 있는데, 그중 0.0001퍼센트인 8천 명 정도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소멸시킬 예정이다. (중략) 당장 버튼을 누를 수도 있겠지만 특별히 자비를 베풀어 앞으로 일주일 정도의 시간을 줄 테니 남은 인생 잘 마무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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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외계인의 유튜브 영상 하나로 시작된다. 108만 광년 떨어진 행성에서 왔다는 ‘셀타 드리온느’는 인류의 0.0001%만 남기고 모두 말살하겠다고 선언한다. 유예 기한은 단 일주일. 하지만 세상은 생각만큼 요동치지 않는다. 라멘집 알바생 ‘지민’도 ‘서희’도 그저 일상이 이어질 뿐 평온하다. 가짜뉴스가 아닌지, 팩트가 없는 내용에 우리는 진실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이 또한 삶이 우선이지, 지구가 멸망하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는 그저 허상에 불과했다.


“달리 할 일이 없는 건 사실이지만, 며칠 뒤면 99.9999%가 다 사라진다는데, 이대로 괜찮은 걸까.”

위기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일상의 힘에 무게를 둔다. 디데이가 다가올 때마다 약간의 전율을 느끼는 이 책을 읽는 매력 포인트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또 하루의 생각이 온몸을 텍스트에 집중하게 만든다.

평범한 영웅이 지구를 구하는 그 상황에서 나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그 시간을 놓치지 말아야 함을. 우리는 지민을 기억하고 승아를 기억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전부 기억할 테니까.”


이 소설이 전하고자 하는 것은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것보다 우리에게 닿을 미래에 그 미래에 조금씩 다가가는 어떤 가능성을 늘 꿈꾸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그 미래를 준비하는 삶일 줄 모른다는 것에 열심히 오늘을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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