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책방을 찾는 것은 오랜 세월 묻혀 두었던 구수한 된장 맛나는 삶의 인심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 공간에서 책은 단순히 종이 뭉치 이상의 것으로 미래를 생각하고 오늘을 살아간다. 모든 책방은 각각 책방지기만의 취향으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의외의, 뜻밖의, 우연의’ 것을 만나는 일은 나의 세계로 온전히 닿는 순간일 것이다. 디지털 매체가 만연하지만, 여전히 종이책을 찾고 책을 찾는 이에게 책방은 어쩌면 존재의 가치를 연결해 주는 일은 존경받아야만 마땅하다.
책방의 가치는 한 마을에서 어느 정도 값을 매길 수 있을까. 어쩌면 시간이 지나면 책방의 의미도 새롭게 정립될 수 있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책방이 차지하는 아주 기본적인 가치도 변화의 물결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2018년 6월에 양산 ‘안녕, 고래야’ 책방을 운영하는 조여경 책방지기를 만났다. 7년이 지난 현재 책방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졌고 동네 책방의 역할에 이야기를 나눴다.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워 2024년 2월 양산 물금읍 백호마을에서 동중마을로 이전했다. 이전보다 공간 규모가 작아졌지만, 여전히 책방을 찾아주는 단골손님과 시절마다 느끼는 책방 이름처럼 그 의미는 고스란히 풍겼다. 줄리 폴리아노의 ‘고래가 보고 싶거든’ 그림책의 영감을 받아 책방 이름을 지었던 간절히 ‘고래’를 보기 위해 내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무엇을 놓쳤는지, 무엇 때문에 이렇게 아쉬운 마음이 남았는지 잠시 멈추어 마음을 들여다보게 하는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마음의 초심을 잃지 않았다.
엄마 품에서 오던 아이가 어느덧 걸어서 오고, 꼬마였던 아이는 청소년이 되었고, 중년이 된 어르신과 멋진 직장인이 된 단골손님에서 책방은 하나둘 그 공간의 의미를 넣었고 책과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들이 특별함으로 녹아내렸다. 삶은 그렇게 책방과 함께했다.
옮긴 공간에는 그림책과 다양한 인문학 도서가 책장에 채워졌다. 책 판매와 함께 양산 바로 도서대출서비스, 경남 바로 도서대출 서비스로 도서대여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었다. 이 서비스는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지 않은 책을 이용자가 원하는 지역 서점에 신청하면 승인절차를 거쳐 서점에서 바로 책을 대출 할 수 있는 제도다. 그녀의 인스타그램(@hiwhalebooks)에 책 추천도 눈여겨볼 만하다.
책모임은 그림책 모임, 인문학 모임, 심야책방, 줌으로 하는 책모임과 글쓰기, 어머니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은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특히 밤늦도록 독서 삼매경에 빠져보는 심야책방은 서로 다른 7명이 모여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진행되는데 말의 진실, 감성이 농밀해지고 내밀한 책 이야기가 오묘하게 들어와 빠질 수밖에 없는 모임이다.어느 날 읽은 박총의 ‘듣기의 말들’은 가끔 나의 이야기를 타인에게 풀어 가면서 혼자서는 깨닫지 못한 마음과 진실을 확인해가며 문제를 해결하곤 한다.
“들을 때 비로소 보이는 세계가 있다고. 온 존재를 기울여 듣는 법 그것이 당신을 살게 할 것이라고.”
조 책방지기의 추천 책은 윤아해의 ‘문 밖에 사자가 있다’로, 두려움을 상징하는 ‘사자’와 그에 맞서는 아이의 마음을 담은 그림책이다. 노랑 대 파랑. 두 색의 영역이 넓어지고 좁아지는 대비를 선명히 보여 줌으로써 우리 안에 있는 내면의 갈등을 날카롭게 다루었다고 추천했다. ‘문밖에 사자가 찾아왔을 때 노랑이 또는 파랑이처럼 나는 어떤 마음을 선택해야 할까?’ 짧지만 날카로운 자신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동네 책방의 역할은 “책이 우리 곁에 숨 쉬고 있구나 하고 알려주는 것. 여기에는 우리는 시대가 변화해도 길을 잃지 않은 속마음을 나누고 인간다움을 지닐 동네 책방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산에 청소년 자립센터에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청소년 대상으로 책방에서 매출의 3% 정도 지원금을 전달할 예정에 있다”고 했다. 동네 책방은 그런 공간이다. 기회균등과 깨어있는 시민으로 만들어가는 평범하고도 비범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의외의’ 순간을 즐겨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