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 장산구립공원 내에 ‘장산 숲속 책방’이 있다. 시끄러운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울창한 숲속에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공원 입구에서 5분 정도 걸으면 숲속 책방이 보인다. 찌는 듯한 무더위에 숨겨진 오아시스 같다. 우거진 소나무 숲 한가운데 한 폭의 풍경처럼 시선이 닿았다. 평소 많은 시민이 찾는 공원에 휴식과 책이 함께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들이 모여 밀도 있는 삶의 장소가 자연스럽다.
고 이건희 회장 유족이 기부한 토지에 조성한 장산 숲속 책방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개관하며 1인당 2권까지 도서대출이 가능하다. 새마을문고 해운대구지부 회원 등으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이 도서대출 업무와 숲속 책방 관리를 맡는다. 그림책을 읽어주거나 책과 함께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다한다. 다양한 연령층이 이용하는 책방은 2000여 권의 새 책과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책을 빌려볼 수 있다. 지난해 10월 10일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후 부산의 모든 도서관에 한강의 책이 대줄 중일 때 숲속 책방을 찾는 시민만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고 한 자원봉사자가 자랑스러워했다.
지난해 10월 16일 처음 대출한 책은 기시다 에리코의 그림책 ‘이 눈사람 누구야’였다. 유아용 높이조절 독서대가 있는 아담한 공간에 잠시 머물러도 숲 내음이 가득 풍겼다. 숲 내음은 좋은 리듬감과 감정을 정화해 준다. 특히 여름은 연초록빛 속으로 빨려 들어간 기분이다.
숲속 책방의 또 다른 묘미는 소나무가 우거진 숲속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특권이다. 한 권의 책을 빌려 숲속 곳곳에 마련된 책 읽는 나무 의자에 기대어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경험이야말로 책에서 펼쳐진 문장 하나하나에 나를 오래된 기억으로 품는 순간이다.
아오키 미아코는 ‘나는 숲속 도서관의 사서입니다’에서 “도서관 서가에 꽂힌 책에는 누군가의 내면의 자연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그 책을 펼치는 사람은 자기 내면의 자연과도 마주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산속 도서관을 찾아오는 것은 그런 시간을 바라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라고 전한다.
자연의 품 안에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마음을 회복하는 따뜻한 시간이다. 장산 숲속 책방에서 밀도 있는 마음의 공간에서 행복한 하루를 담아보자.
*이 글은 국제신문 8.25일자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