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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시작한 불은 책으로 꺼야 한다

by 강상도


독서는 지극히 개인적 경험이지만 때론 좋은 책을 누군가에게 추천하고 권할 시기가 온다는 것은 실은 어마어마한 어떤 호의다. 박지훈 기자의『책에서 시작한 불은 책으로 꺼야 한다』 책을 추천하고 싶다. 독서 에세이이면서 서평이기도 하다. 그의 살아왔던 경험의 시선이 문장과 기록으로 응축되기도 했다. 책 속의 현실을 잘 파고드는 틈이 어쩌면 독자에게 찐한 감흥으로 와닿기도 한다. 책에 대한 책을 읽고 나면, 읽고 싶은 책들이 많아져 기분 좋을 때가 찾아올 때 또 다른 독서 의욕이 생긴다. 디테일한 그의 글과 문장에서 한 번쯤 나로 연결되는 그런 일들이 벌어지리라는 것도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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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랑하는 사람은 많지만 매주 쏟아지는 온갖 장르의 신간을 아주 빨리, 출판사들이 동봉한 살뜰한 보도자료와 함께, 심지어 공짜로 받아보는 이는 많지 않다. 사무실에 쌓이는 신간들을 통해 나는 매번 저자들이 벌인 고군분투의 흔적을 발견하곤 했다. 크고 작은 흠집이 있더라도, 그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모든 책엔 하나같이 저자의 노고와 진심이 총총히 박혀 있었다. 그것들은 어딘가를 향해 끝없이 자맥질하다가 최후에 터지는 해녀들의 숨비소리 같았다.”


“좋은 책은 무엇인가” 묻는다면, 많은 답변을 늘어놓을 수 있을 것이다. 감정을 흔들거나, 생각을 자극하거나, 통찰을 제공하는 작품이 좋은 책이라고. 좋은 질문이 담기거나 좋은 답이 실린 책, 혹은 그 둘을 모두 가진 것이 훌륭한 작품이라고 규정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좋은 질문은 무엇이고 좋은 답은 어떤 것일까.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질문이 훌륭할수록 답을 찾기 어려울 때가 많다. 답이 없더라도 생각할 무언가를 무더기로 던져주는 것도 때론 좋은 책의 조건이 되는 셈이다. 독자는 이런 책을 보면 독서 이후 찾아오는 온갖 질문들을 사유의 광맥으로 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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