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독자다. 다양한 책을 읽고 내 나름의 생각을 정리한다. 좋아하는 책을 찾는 일이 나를 조금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된다. 어릴 때 읽었던 황순원의 ‘소나기’ 속 순수한 소년이기 되기도 했고, 시골 소년과 도시 소녀의 슬픈 첫사랑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도 했다. 책에서 얻은 그런 작은 진리가 나를 깊은 세계로 인도한다. 우리는 그런 감정을 하나씩 품고 산다.
공명하게 나를 바라보게 하는 소설, 현실을 간파하는 힘을 길러주는 마음이 가는 책도 많다. 하지만 ‘편견이 가득한’ 책은 읽기가 다소 불편하다. 과학과 예술 분야 책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독특하게도 어떤 사회적 현상과 맞물려 있기도 했다. 원자핵공학을 전공하고 과학철학과 과학기술학으로 박사과정을 마친 임지한 작가가 국내 각 분야의 과학자 열 명을 만나 그들의 사유와 실험, 질문의 궤적을 기록한 임지한의 ‘과학하는 마음’, 피아니스트이자 클래식 강연가 조현영이 일상의 음악 습관을 제안하는 ‘365일 클래식이라는 습관’, 카미유 주노의 미술 입문자용 가이드 ‘미술관 여행자를 위한 도슨트’ 등의 읽기에 몰입했다.
어쩌면 우리가 가진 진정한 독자의 마음은 경험에서 오는 밀접하게 닿은 하나의 감정일지도 모른다.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책을 읽다 보면, 예측 불가한 사고를 하고 느끼고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독자가 생각하는 마음은 책에서 느끼는 어떤 소통이고 감정의 순환이다. 그 세계에서 사고의 힘이 ‘변화’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다. 변화란 큰 것이 아니라 작은 텃밭의 방울토마토가 맺는 과정을 즐기는 힘으로 생각하면 된다. 책을 읽으면 통찰력을 키울 수 있어, 부정적인 감정에 함몰되지 않도록 도와준다. 그만큼 책에는 우리가 가져가야 할 사고의 보물이 가득하다. 한 문장이라도 나의 삶에 ‘변화’의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순간이 올 때, 힘껏 내딛어라.
필자는 그 변화의 감정이 소용돌이칠 때가 많았다.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는 삶의 태도를 바꿀 수 있게 한 책이다. 심장이 울리고. 가슴을 뛰게 만든 한 문장을 소개한다. ‘그토록 많은 어리석은 짓, 그토록 많은 실수, 그토록 많은 구토와 환멸과 비통함을 겪어야 했다니. 그렇지만 그것은 옳은 일이었다. (중략) 다시 제대로 잠을 자고 제대로 깨어나기 위해서는, 절망을 체험해야만 했고, 그 어떤 것보다 어리석은 자살이라는 생각을 떠올릴 정도까지 나락의 구렁텅이에 떨어져야만 했다. 내 안에 있는 아트만(자기 자신)을 다시 발견하기 위해 나는 바보가 되어야만 했다’.
이토록 이 작은 문장이 우리의 삶을 바뀔 수 있다는 것은 신비롭고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책들을 만나기도 쉽지 않고, 섭렵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라 할 수 있다. 일상생활의 작은 것도 세심하게 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책은 더 좋은 문장을 찾기 위한 과정일 뿐 결과가 아니다. 그 과정을 즐기는 힘이 독자가 가져야 할 덕목이다. 즐기고 사랑하고 스며들 때 ‘변화의 감정이 소용돌이칠’ 문장이 내 마음을 흔들어 놓을 것이다.
밀도 있는 문장이 나의 인생에 단 한 번이라도 찾아올 때 놓치지 말고 메모하고 쓰고 그 순간을 경험의 세계로 이끄는 과정이 필요하다. 잃지 않을 삶의 문장이 우리를 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