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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도 Aug 06. 2020

위드 코로나 시대, 지속 가능성의 책문화를 톺아보다

출판저널 518호 리뷰

얼마 전 11년째 운영 중인 책모임에 들린 적이 있었다. 그들의 자연스러운 대화에 귀 기울 수밖에 없었다. 

누구나 할 것 없이 다양한 책 속 이야기를 끄집어냈고 사유를 전달했다. 개인의 삶이 전달하고자 하는 대화가 당연히 책과 연결된다면 우리는 그 모임에 빠져든다.

이처럼 책문화는 빠른 전파력을 자랑한다. 코로라 바이러스 19 시대에서 책문화는 긍정적이고 지적인 삶을 높여주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을 읽고 책문화의 방향성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되었다.

사실에 근거해 생각하는 습관을 가져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 이유는 과도하고 극적인 세계관의 탓이다. 10가지 본능을 통해 나는 많은 편견과 아집, 오해 속에 살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사실에 근거한 사고의 틀을 기준으로 사실과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을 넓게 보고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야 함을 미래세대에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책문화도 그런 의미에서 미래세대에게 지금의 책문화생태계를 이해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넓은 시야를 통해 다양한 책문화의 경험으로 우리의 지속가능성을 더 점진적이고 진보적으로 나아가는 방향성을 키울 수 있도록 고민해 보아야 한다.    


유현준의 <공간이 만든 공간>에서 “건축은 언제나 주변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진화한다. 그러면서 만들어진 ‘문화 유전자’는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주변으로 퍼져 나가고 그 지역 고유의 문화 유전자와 섞이게 된다”

도서관, 책방, 서점, 문화시설은 그 지역 고유의 삶과 결부하여 다양한 인프라를 만들어낸다. 보이지 않지만 그 파급효과는 어마어마한 위력을 가진다. 문화 유전자라는 말이 익숙하지 않지만 우리 삶의 밀접한 곳에 수준 높은 문화를 길러내기에 문화기관이 많아지면 좋겠다.    



여기, 네덜란드 아메르스포르트 시에 있는 복합문화센터인 에임하우스의 사례를 보면 문화의 유전자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에임하우스 내부는 미술관, 아카이브, 도서관, 예술학교가 함께 공유된 공간으로 도시생활에서 누릴 수 있는 최적화된 모든 것들을 담아낸 문화적 인프라가 구축된 것이 장점이다.


에임란트 도서관 가는 길은 층층이 재미있는 구조 덕에 동선을 따라가다 만나는 낯선 풍경들의 매력에 도서관으로 가는 길이 지겹지 않고 매일 즐거움을 주어 새삼 부러움이 밀려온다.

또, 잉여 공간이 많아 스티브 잡스가 살아있었다면 또 다른 인문학과 사람을 위한 새로운 기막힌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글쓴이의 마음을 글 곳곳에 묻어났다.    


‘혜화 1117’를 운영하는 이현화 대표의 이야기는 후배 여성 편집자에게 드리고 싶은 따뜻한 편지 형식으로 부탁의 마음이 고스란히 그려졌다.

여성 편집자로 힘들고 어려웠던 고통의 나날들이 지금의 마중물 같은 힘이 있기에 좋아하는 일을 꿈꾸고 실현하고 있음을 곳곳의 문장에 묻어났다. 

1인 출판사를 하면서 어려웠던 과정들의 일상과 고민한 흔적들이 글 속에 녹았다. ‘독자의 유익과 행복을 위해 복무하는 것’ 이 대표의 목표이다. 여전히 익숙한 일상을 즐기며 성장하는 모습에서 자연스럽게 즐기고 있음에 행복해 보인다.    


세 번째로 부산 문우당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32년 차 ‘서점인’ 조준형 대표의 이야기다.

문화지식의 보고인 책과 함께하면서 지역사회를 외면하지 않고 매출의 1%를 기부하여 어린이 시설과 문화공간, 학교 장학금으로 보내는 문우당의 마음은 인상 깊었다.


지역문화 공간으로서의 실천도 눈여겨볼 만했다. 단순히 책만 팔던 시절에서 벗어나 서점이라는 공간에서 문화프로그램을 통해 책과 한 발이라도 가까이 갈 기회를 만들어 주고 그런 시간적, 공간적 거리가 가까워지면 결국 책과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에 소박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조 대표는 지역 동네서점의 어려움을 ‘거래처마다 너무 큰 편차가 나는 도서 공급률과 도서 재고 반품 문제, 도서 납품의 제한, 문화프로그램의 비현실성(최소한의 공간 사용료)이라 꼬집는다.

그는 도서정가제 또한 완전한 정가제가 지역 서점을 살리고 생존하는 방법이라 했다. 마지막의 앞으로 서점의 미래는 진실로 책이 좋아 책을 권하고, 독자와 함께 읽고 소통하면서, 책 이야기를 나누는 작은 서점이 틈을 뒤집고 더 많아진다는 말에 앞으로 나에게도 희망이 있을까 하는 자문을 해 보았다.

동네서점이 어렵다고 하지만 도서관처럼 책문화를 파는 곳이다. 함께할 독자와 이용자,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문화의 한 영역임에는 틀림없다.   

 

마지막으로 ‘김용택의 서재’ 페이지에 잠시 멈췄다. 책장도 선생의 얼굴을 많이 닮아 있다는 문구가 나에게도 누군가가 집에 초대했을 때 그 사람의 됨됨이가 잠시 머물려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겼다. 그때를 위해 나의 책가도는 시작 단계에 불구했다. 화려함보다는 소박하고 그 세계관을 잘 표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창간 33 주년호를 축하하며 앞으로도 변함없이 책문화 생태계의 든든한 지원자 역할을 충실히 만들어 가기를 고대한다. 위드 코로라 시대에 맞게 미래의 방향을 정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그런 공감의 소통이 필요한 시점이다. 

뉴 노멀 시대에 출판과 도서관, 책이 가진 다양성을 이제 개인적인 시간과 활용에 가치 있는 기준을 마련하면 좋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문화의 다양성을 기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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