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을 깎으면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 든다. 흩어졌던 마음은 잡힐 듯 단단해진다. 뾰족한 침에서 느껴오는 감촉의 글귀들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써 내려간 글들을 머릿속에 단단히 박힌다. 연필이 닿도록 글을 쓰고 줄을 긋고 표시를 하는 행위들은 나를 바라보게 하는 또 다른 도구의 대상이다. 어쩔 수 없는 필요 이상의 필기구이기에 늘 옆에서 나를 지켜보는 대상이다. 닿으면 다시 뾰족하게 깎는 버릇은 새로 시작하기 위한 나의 오랜 습관이다. 노트에 적힌 글이나 그림들은 볼펜보다 연필로 써 내려간 것이 더 정감이 든다. 오늘의 생각들을 정리하고 내일을 여는 연필의 삶은 나와 함께 또 다른 것들을 해내는 동행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