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명의 건축가와 상담을 하다 보니 설계비도 다양했는데, 2016년 기준의 설계비가 어떠했는지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지금은 최소 30% 이상 상승했다고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40평대 단독주택 기준, 내가 만난 건축가 기준으로 건축사무소 전체를 포괄하지 않으므로 참고만 하기 바란다. 설계비는 2천만 원에서 6천만 원까지였고, 부가가치세 10%는 별도로 책정되어 있었으며, 설계비에 감리비가 포함되어 있었다. 감리란 건축가가 시공 현장에 직접 가서 설계도대로 잘 지어지고 있는지 관리 감독하는 것을 말한다. 감리비 비중을 높이 책정해서 감리에 신경 쓰고 있음을 강조하는 사무소도 있었다. 감리 횟수를 최소 7회, 이런 식으로 명시한 곳도 있었는데 대부분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대응하는 것 같았다.
내가 만나본 설계사무소 중에서 가장 설계비가 낮았던 곳은 갓 오픈해서 1인 사무소를 운영하는 곳으로 설계비는 2천만 원이었다. 사무소를 오픈한 지 수년 이상 지났고 주택설계 경험이 쌓인 사무소들은 3천만 원~4천만 원 인 곳이 가장 많았다. 감리비를 책정하는 방식은 다양했는데 감리비 포함 설계비가 3천만 원인 곳, 설계비 3천만 원에 감리비 5백만 원인 곳, 설계비 3천만 원에 감리비 1천만 원 인 곳 등이 있었다. 설계비가 높았던 곳은 감리비 포함 설계비가 5천만 원에서 6천만 원이었다. 이런 곳은 총공사비가 적은 규모일 경우 할인 가능한 융통성이 간혹 있는 모양이었다.
최소 시공비를 3억 선으로 정해 놓은 사무소가 많았다. (역시 2016년 기준이므로 현재는 30~50% 이상 상승 예상됨) 집들 대부분이 평당 600~700만 원대로 지어진다고 했고, 목조주택의 경우 최소 500만 원대로 가능하여 예산절감에 주안점을 둔다면 목조주택으로 짓기를 추천했다. 단독주택은 통상 설계는 3~4개월 공사는 5~6개월 총 1년 이내로 완공된다. 많은 건축주가 빨리빨리 진행되는 걸 원하고 건축사무소도 짧은 시간 내로 진행시키는 것이 경비 절감에 유리할 것이다. 나는 설계에 충분한 시간을 쓰기 원했기 때문에 설계에 6~7개월, 시공은 5~6개월 정도가 소요되었다.
건축사무소에 지불하는 설계비는 건축주의 필요를 충분히 듣고 전문가의 지식과 기술로 그것을 구현하고 현장에서 잘 지어지는지 끝까지 관리 감독하는 데 지불하는 비용일 것이다. 얼마나 경험이 많고 실력이 있는지에 따라 그에 맞는 적정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당연하며 그렇기에 설계비가 시공비에 포함된 무료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름대로의 큰 비용의 설계비를 지불하면서 내가 기대한 것은 설계기간을 넉넉히 가지고 건축가와 긴밀히 소통하며 내 집의 모양을 찾아나가는 과정 자체, 건축가가 감리현장에 밀착하여 공사의 빈틈이 없을 것, 심플하고 세련된 집이었다. 이런 나의 바람이 충족되었느냐 하면, '건축가가 지은 집'같은 세련된 집이 지어졌다는 것과 시공사로부터 큰 사기를 당하는 일이 없었다는 것에는 만족한다. 그러나 건축가와 긴밀히 소통하며 즐거운 설계 과정을 갖고자 한 바람은 좌절되었고, 감리를 적극적으로 봐주지 않더라는 실망감이 남았다. 건축가가 너무 많은 일을 맡아 바쁜 탓도 있었고 나의 지나친 기대도 있었다.
(2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