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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집짓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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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한무 Dec 06. 2022

설계 계약

일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열두 명의 건축가를 만났다. 해가 넘어가는 12월, 열두 번째로 만난 건축가와 집을 짓기로 결정하고 건축가와 우리 땅에서 만났다. 건축가는 땅의 형태와 기울기, 주변 상황을 가늠해보고 사진을 찍었고, 함께 근처 카페로 가서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건축주인 내가 발주자로, 설계자인 건축사사무소가 수급자로 되어 있는 계약서. 계약 면적은 단독주택 40평 미만, 대가 기간은 계약 당일부터 준공 시까지 라고 되어 있었다. 


계약된 업무는 건축설계와 공사 감리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건축 설계 관련해서는 '단계별 도면과 모형 제공, 인허가 업무, 설계 도면에 근거한 예상 시공 비용의 분석 검토 및 시공사 선정 조언' 항목이 있었고, 공사 감리 관련해서는 법정 감리 기본 업무인 디자인 감리와 주요 공정(기초, 골조, 지붕, 외벽, 내부 마감 등)의 확인 점검 및 승인의 업무가 있었다. '설계기간이 1년을 초과할 경우 별도의 대가를 조정, 정산한다'라고 되어 있었는데 1년 넘게 설계할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 집은 6개월 정도의 설계 기간이 소요되었다. '계약 면적이 10% 이상 증가되는 경우 별도 금액을 정산해야 한다'라고 되어 있었는데 우리 계약면적은 40평이었지만 최종적으로 45평으로 지어져 면적이 10% 조금 넘게 늘어났는데 그것에 대해 별도 정산은 없었다. 도면 작업 등 업무 범위가 10% 이상 늘어날 경우 추가 정산을 해야 하지만, 10%를 크게 초과하지 않을 경우에는 융통성 있게 조절하는 것 같다.


건축주는 건축사무소가 설계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각종 서류를 떼서 제공해야 할 의무도 있었다. 측량과 개발행위허가, 허가 준공 수수료 및 세금은 건축주가 직접 발급, 부담한다. 우리가 직접 서류를 떼어야 했던 경우는 2017년 기준, 건축 허가 시 인감증명서와 토지등기부등본 발급(수수료 1,600\), 인허가시 건축허가 면허세 및 국민채권 매입 수수료와 서류 발급(52,000\), 한국토지공사에 경계측량 신청 (537,900\) 외에는 없었다. 


건축사무소에 지급할 대가는 계약 시 설계비의 절반을, 건축허가 완료 시 즉 시공 들어가기 전 나머지 절반을 지급하고 건물이 다 지어지고 사용승인이 나면 감리비 전부를 지급한다. 부가가치세는 별도였다. 우리 집의 경우 설계비 2,500만 원 중 1,250만 원을 계약 시 지불했고, 설계가 끝나고 시공을 하기 위해 건축허가를 받을 때 나머지 설계비 1,250만 원, 집이 다 지어지고 사용승인이 난 후 감리비 500만 원, 부가가치세 300만 원, 총 3,300만 원을 건축사무소에 지급했다. (2016년 기준 비용, 지금은 약 30% 이상 오른 것 같다)


계약을 한 날짜는 그 해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이었다. 새해부터는 드디어 우리 집 설계를 시작하게 되었다. 계약서를 읽고 사인을 하니 이제 본격적으로 우리 집짓기 스타트라는 것이 실감이 날듯 말 듯. 집 지으면서 10년 늙는다는 경고들이 생각나 두렵고 자신감이 없어져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또 몰려왔지만 마음을 지켜야지. 10년 늙어 성숙해질 수 있다면 어쩌면 굉장한 일이 될지도 모른다. 경험 많은 건축사무소와 일하게 되었으니 든든하게 믿기로 했다. 집을 지으면서는 온통 처음 해보는 일 투성이라 긴장의 연속이다. 태어나 처음 설계 계약이란 걸 하느라 역시 무척이나 긴장했는데, 계약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빨래를 널면서는 행복한 기분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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