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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집짓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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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한무 Jun 30. 2023

집짓기 실시 설계

문과 콘센트 계획

각 실의 배치를 어떻게 할지 기본 설계를 마무리하면 창호, 문, 전기, 수도 등을 계획하는 실시 설계를 하게 된다. 설계사무소에서 준 실시 설계도면에서 창호, 문, 콘센트, 조명, 수도의 디자인과 개수, 위치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고 협의해서 최종 도면을 만들어 나갔다. 


실시설계 도면에서 문 일람표를 통해 각 실의 문 사이즈와 모양, 재질을 자세히 알 수 있다. 설계사무소에서 제안한 대로 문은 모두 미닫이 목재 문으로 제작하여 공간 활용을 최대화했다. 문을 열어두면 공간이 하나로 연결되어 보이는 효과가 있고 공간 차지를 안 해서 좋다. 1층 당구장 문은 넓은 폭의 미닫이 문 두 쪽을 달았는데, 열어두면 거실과 연결되어 좁은 거실을 보완할 수 있다. 문이 벽속으로 쏙 들어가는 포켓도어라서 문을 열어두면 문의 존재를 알 수 없다. 손님들이 왔을 때 방에 왜 문을 안 달아놨냐며 프라이버시가 없다고 놀란 적도 있다. 


미닫이 문의 단점은 문 하부와 바닥 사이에 틈이 있어 소음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미닫이 문을 계획한다면 소음 문제를 염두에 두기를 바란다. 미닫이문에 댐퍼를 달아 쾅 닫히지 않고 부드럽게 닫히는데 사춘기가 된 아들이 우리 집 문은 왜 다 미닫이냐며 문을 쾅 닫고 들어갈 수가 없다며 불평한다. 세게 닫아도 마지막에는 스르르 닫히기 때문에 사춘기 반항에 문이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사춘기 자녀가 있다면 미닫이문에 대해 상의하기 바란다.


주택을 설계할 때 각 실의 문을 미닫이, 여닫이, 폴딩 도어 등 취향에 따라 선택하고, 문짝 개수나 문의 폭도 달리하여 집의 분위기도 바꾸면서 생활에 편리를 더하고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관문도 단순한 단열방화문에서 벗어나 나무나 유리 등 소재를 달리한다던지, 양개도어로 현관문을 넉넉하게 제작하여 환영하는 분위기를 준다던지 할 수 있다. 나는 현관문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 설계사무소에서 제안해 준 심플하고 무난한 회색 철문으로 하고 말았지만. 


문 다음에는 콘센트. 설계 사무소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콘센트 위치를 도면에 그려주었고, 우리는 필요한 만큼 추가하거나 삭제했다. 아니 삭제는 안 하고 추가만 했다. 사무소에서 왜 이렇게 콘센트를 많이 하냐고 했을 정도로. 나는 멀티탭을 쓰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각 실에서 필요한 전자제품들을 파악해서 사용할 위치에 맞게 도면에 표시했다. 예를 들어 욕실에는 비데, 헤어드라이어, 전동칫솔, 칫솔소독기 등 용도별로 필요한 위치에 콘센트를 넣었다. 현관실에도 장식조명이나 아로마램프 등을 두려고 콘센트를 설치했는데, 현관 쪽 외부에서 공사를 할 때도 유용하게 쓰였다. 침대 옆 콘센트도 핸드폰 충전 등에 유용하게 쓰인다. 당구장에는 바닥에 콘센트를 설치하여 당구대 온도 조절스위치를 꽂을 수 있게 했다. 다소 엉뚱한 위치라도 자신의 생활 패턴에 필요하다면 고정관념을 깨고 설비를 시공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인터폰을 2층에도 설치하면 1층까지 내려가는 일 없이 2층에서도 외부와 소통할 수 있다고 해서 설치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쓸 일은 없지만 그래도 가끔씩은 유용하다. 주택생활에 꼭 필요한 옥외전기 콘센트. 우리 집 옥외전기 콘센트는 1층 주방 쪽 외부 데크와 2층 아이방 외부 데크에 있는데, 인덕션으로 요리를 하거나 장식조명을 켤 때 등 여러 가지 용도로 잘 사용하고 있다. 그 외 전기 자동차 사용 계획이 있다면 주차장 쪽에 외부 콘센트를 설치하고 CCTV도 설치 계획에 맞게 전선을 미리 빼두면 좋을 것이다. 


이렇게 꼼꼼하게 계획한 대로 시공이 잘 되었다면 좋았겠지만 전기공사 사장님이 도면을 너무 허투루 보시던 분이었기 때문에 콘센트는 수정을 거듭했어도 계획대로 잘 되지 않았다는 반전이 있었다. 하하하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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