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가 완료되고 최종도면이 나올 때쯤 건축사무소에서는 건축허가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 달라고 요청했다. 우리는 집을 부부 공동명의로 하기로 했기 때문에 부부 주민등록증 사본, 토지등기부등본(대법원 인터넷등기소에서 발급), 토지사용승낙서(법적 양식은 없고 인터넷에서 필수사항 기재된 양식을 받을 수 있으며 승낙자의 인감날인 필), 승낙자의 인감증명서를 준비해 사무소에 전달했다.
건축주가 준비해야 할 건축허가 서류를 건축사무소에 전달하면 사무소에서 건축허가 과정을 진행했다. 동시에 사무소에서 시공사 몇 곳에 견적을 의뢰했다. 단독주택 설계 경험이 많은 건축사무소였기 때문에 함께 일한 시공사가 많았고 그중에서 검증된 시공사를 추려 견적을 의뢰했다.
건축사무소에서 시공사에 견적을 요청할 때, 도면과 함께 집의 스펙 및 견적조건을 담은 표를 바탕으로 했다. 견적조건서에는 집의 스펙을 상세히 담고 있었는데, 구조는 경량목구조, 외부마감은 스터코, 창호는 로이삼중유리 시스템창호, 지붕은 칼라강판이며 금속공사, 단열재, 내부벽과 바닥마감재, 인터폰, 보일러, 전등 등 세부내역이 상세하게 기재되어 있었다.
세 곳 시공사의 견적이 얼마나 나올까 조마조마하며 기다리다가, 모든 건축주가 그렇듯 견적을 받고 깜짝 놀랐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예상을 많이 초과한 금액이었다. 세 곳 중 선택을 망설이니 사무소에서 두 곳의 시공사에 추가 견적을 요청해 주었다. 추가 요청한 두 곳은 시공 경력이 비교적 적은 곳이었다. 시공 실력도 다소 떨어질 거라 추측되었다. 추가 요청한 두 곳의 견적이 조금 낮게 나와서 남편과 함께 두 곳을 방문했다. 상담 결과가 별로이면 처음 의뢰했던 세 곳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먼저 M시공사의 대표님과는 집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M시공사는 목조건축 전문 시공사였고 대표님은 목수 출신의 젊은 분이었다. 선글라스를 끼고 오셔서 끝까지 벗지 않은 것이 쓸데없이 마음에 좀 걸렸지만 말투는 차분하고 신뢰가 갔다. 대표님과 이야기하면서 건축가의 설계도면을 잘 구현해 낼지, 도전정신이 있는지 나름대로 판단해 보았다. 우리 건축가뿐 아니라 다른 건축가와도 다수의 작업을 하였고 미리 둘러본 홈페이지에서 그동안 해왔던 작업이 단정하고 깔끔하게 보여 마음에 들었다. 특색 있는 설계도 잘 구현해 낸 경력이 있었다. 손발이 잘 맞는 시공팀을 꾸려 현장에 적절히 투입하여 완성도 있는 시공을 한다고 했다.
W시공사는 집 근처에 사무소가 있어서 방문하기 편했다. 대표님은 창호대리점 및 각종자재 전시장도 함께 운영하고 있었다. 자재의 가격 경쟁력이 있다는 점이 장점이었다. 창호로 시작해서 종합시공업으로 발전해서인지 창호디자인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다만 건축가와 작업을 한 경력이 적었다.
남편과 상의 결과 M시공사와 계약하기로 결정했다. 다섯 곳 중 가격이 두 번째로 낮았고 건축가와 작업 경력도 꽤 쌓여있는 데다 시공지식도 잘 갖추고 있고 건실한 이미지였기 때문이다. 건축가 정할 때와 달리 머리 터지지 않고 건축사무소에서 제안해 준 대로 결정하니 선택이 비교적 쉬웠다. 시공사 결정은 건축가를 결정할 때 보다 더 무지했고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건축가를 믿을 수밖에 없었고, 믿으니 쉽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