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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한무 Apr 23. 2024

기도실, 나만의 전용 공간

남편에게 당구장이 있다면 저에게는 기도실이 있습니다. 오늘은 기도실을 소개해볼게요. 


남편도 저도 살아오면서 나만의 공간을 가져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남편은 부모님과 삼 남매 다섯 식구, 저는 부모님과 네 자매 여섯 식구인데 좁은 집에서 동생과 같이 방을 쓴 적이 많았습니다. 결혼하고 나서는 남편과 같이 쓰는 서재를 만들었는데 이 역시 오롯이 각자의 공간은 아니었죠. 집을 지으면서 남편은 자신만의 당구장과 서재 공간을 가지게 되었고, 저는 저만의 기도실을 만들었습니다. 각자의 방이 생긴 셈입니다.


기도실은 2층의 한가운데 위치해 있는데, 저희 집의 중심을 잡아주는 공간이라고 혼자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도실은 반 평 정도되는데 긴 쪽이 2미터, 짧은 쪽이 90센티 정도의 직사각형 모양으로 한 사람이 누울 수 있는 정도여서 마치 관과 비슷한 느낌도 듭니다. 저는 기도실에서 고통스러운 몸부림을 하기도 하고 기쁨으로 충만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기도실은 언제든 올라가 숨어 기도할 수 있는 작은 도피처가 되고, 방해하는 물건들이 없어서 말씀과 기도에 더욱 집중 할 수 있습니다. 



기도실은 책상 하나 의자 하나가 있는 소박한 공간이지만, 오직 한 가지 목적만을 위한 장소라는 사실에 사치스러운 기분까지 듭니다. 공간 낭비 없는 미니멀한 집 짓기를 지향했기 때문에 저희 집은 한 공간이 여러 용도로 사용됩니다. 공간이 많으면 관리하기 힘들고 전용의 그 일을 하지 않는 때에는 비어있게 되어 공간 낭비가 됩니다. 거실은 휴식 공간이자 악기 연습실입니다. 그러나 기도실은 기도만을 위한 전용공간입니다. 저의 최우선가치를 위해 따로 떼어 놓은 장소입니다. 중요한 가치가 일상의 바쁜 일에 밀리지 않도록 기도실이라는 공간이 저를 부릅니다. 장소를 구별하니 유용한 도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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