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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룸에서

by 김수한무

오늘은 썬룸을 소개할게요. 입주 3년이 지난 후 썬룸을 증축했습니다. 주택에 안과 밖의 중간지대가 있으면 생활하는 데 편리하고 주택살이를 더 풍성하게 누릴 수 있습니다. 썬룸은 그 중간지대 역할을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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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룸은 말 그대로 햇볕을 잔뜩 받아들이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겨울에 따뜻해서 일광욕하기 좋고 실내온도도 올립니다. 겨울에 따뜻하다는 건 여름에는 뜨겁다는 건데요. 암막블라인드를 달아서 햇볕을 차단하지 않으면 무척 뜨거워서 여름에는 사용불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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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룸은 수납 기능도 해서 꽤나 유용합니다. 외부 창고가 있지만 뒷마당에 있어서 오가기 불편한데, 썬룸에 앞마당에 필요한 물품을 보관하니 편리합니다. 화로대나 바비큐그릴 등 마당용품을 수납하고 있습니다. 겨울에는 커다란 냉장고 역할도 해서 쌀이나 과일 같은 걸 잠깐 내놓기도 하는데, 온도가 영하와 영상을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상시 사용하기에는 크게 유용하다 할 수는 없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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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점은 관리할 게 늘어난다는 점입니다. 바깥공간과 마찬가지여서 먼지가 무섭게 쌓여 청소를 자주 해줘야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맑은 하늘을 보려면 지붕유리도 닦아줘야 하는데 사다리 타고 올라가서 닦아야 돼서 번거로워요. 비가 새지 않게 코킹관리도 잘해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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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룸은 제2의 거실 역할을 해서 손님초대 장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티타임, 밥타임, 술타임 등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늦봄만 돼도 너무 뜨거워서 힘드니 5월, 10월에 부지런히 써야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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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룸은 건물 증축에 해당하기 때문에 썬룸업체를 통해 건축허가를 받고 설치했어요. 우리 집 면적이 썬룸덕에 3평 정도 늘어났네요. 늘어난 공간에 대한 취득세도 냈어요. 취득세는 30만 원 정도였어요. 이 절차가 상당히 번거로웠기 때문에 집 지을 때 한 번에 만드는 게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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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룸설치를 위해 업체를 검색해서 괜찮아 보이는 곳 세 곳에 견적을 의뢰하고 중간가격 업체와 계약을 했어요. 우리 집은 썬룸을 설치할 공간이 3면이 벽으로 되어 있어서 지붕과 폴딩도어만 하면 되었어요. 주름방충망과 천장에 차양블라인드, 조명공사와 실링팬까지 다 합쳐서 2021년 기준 1,200만 원 정도가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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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룸을 만들면서 업체를 찾고, 견적을 내고, 건축허가를 받고, 공사과정을 지켜보고, 세금을 내고, AS를 받기까지 집 짓기의 미니버전이었어요. 다시금 업체와 밀착해서 소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하는 시간이었어요. 큰 공사건 작은 공사건 옆에서 지켜보며 관리감독하는 것은, 못 믿어서가 아니라 생각의 다름을 맞춰가는 과정이에요.


내가 선택한 업체를 믿긴 믿지만 서로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세세하게 이야기하면서 활발하게 생각을 교환하는 게 너무 중요해요. 아직까지도 저는 업체와의 소통이 늘 부담이 되고 익숙해지지 않지만, 대화를 통해 서로 합의하는 과정을 매번 연습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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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룸을 설치하고 1년 후 장마 때 비가 샜어요. 목조주택이다 보니 골조의 수축과 팽창으로 집이 뒤틀어지면서 코킹한 부분에 틈이 생겼나 봐요. 두 분이 오셔서 지붕의 코킹을 다 걷어내고 새로 코킹을 했어요. 이제 지붕에서 비가 안 새요. 그런데 이제는 바닥을 통해 빗물이 들어오네요. 하아.. 이건 심하지 않아서 스스로 해결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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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썬룸에서 하는 일 중 가장 좋아하는 건 앉아서 멍 때리기입니다. 비 오는 날에는 내리는 비를 한 층 가까이 느끼면서 멍 때리기 가능합니다. 특히 겨울에는 따뜻한 썬룸에서 햇볕을 쬐며 볼 것도 딱히 없는 마당을 멍하니 보고 있노라면 절로 행복감이 듭니다. 여기가 뭐라고 이렇게 편안한지, 썬룸이 주택살이에 있어 선물 같은 공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 시간을 누리려면 의자를 비롯해서 먼지를 뒤집어쓴 썬룸을 쓸고 닦아야 해요. 귀찮은 청소 시간이 지난 후 드디어 깨끗해진 의자에 앉아 빗소리와 함께 음악을 듣다 보면, 이게 나를 너그럽게 대하는 순간이라고 느껴요. 나에게 좋은 일은 귀찮은 걸 조금은 감수해야 하는 건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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