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바로 아이 데려가 주세요
지난주 수요일, 드디어 유치원 개학이었다. 어린이집 졸업 전인 1월 말부터 코로나 때문에 등원을 안 했기 때문에 거의 네 달만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코로나 때문에 일이 줄어서 그나마 일하며 아이를 볼 수 있었다.
네 달 동안 일하며 아이를 보느라 힘들었지만, 생각해보니 아이가 두 살 때 육아 휴직했던 이후로 이렇게 하루 종일 같이 있었던 게 처음이다. 세 살 때 복직하며 아이는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고, 이후 내가 프리랜서 전향한 후에도 계속 기관을 다녔으니 이렇게 온종일 같이 있었던 건 두 살 때 이후 없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시간은 없을 거 같다고 생각하니 아쉽기도 했다.
개학 첫날, 낯가리고 쑥스러움이 많은 아이는 등원 버스 탑승 장소에 새로운 친구들이 있는 걸 보고 기분 좋아하면서도 긴장하는 거 같았다. 다행히 같은 반 친구 한 명과 버스 타기 전에 친해져서 마음이 놓였다.
등원 버스를 태워 보내고, 정말 오랜만에 업무 미팅을 갔다. 한참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데 유치원에서 전화가 왔다. 아이 체온이 37.6도라 데려가야 할 거 같다는 거다. 코로나로 예민하니 조금이라도 37.5도 넘으면 바로 데려가야 한단다.
못가는 나 대신 남편이 급히 아이를 하원 시키고 병원에 갔다. 병원 갔더니 아무 이상 없고, 놀다가 체온이 높아진 거라고 했다. 아이 기초 체온이 높은 편이라 그 부분을 담임 선생님한테 이야기하고, 다음 날 다시 정상 등원을 했다.
요즘은 등원 버스 탈 때 체온을 재고 버스를 탄다. 하원조치 됐던 다다음날 정상 체온이라 무사히 버스 타고 유치원에 갔는데, 얼마 지나지않아 또 전화가 왔다. 유치원 도착하니 체온이 높아졌다며, 기초 체온 높은 건 알고 있지만 코로나로 예민한 시기이니 데려가 주셨으면 한다는 거다. 단체생활 중 어쩔 수 없으니 즉각 아이를 데리고 왔다. 바로 병원에 갔지만 여전히 이상은 없었다. 하지만 유치원에서는 최소 삼 일간은 아이를 가정 보육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러기로 했다.
개학 후 등원하는 날이 6일이었는데, 그중 4일을 못 간 셈이다. '프리하지 않은 프리랜서 맘'이지만 그나마 출근하는 직장인이 아닌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인이라면 당장 반차 내고 집에 와야 하고, 삼일 가정 보육하느라 휴가 내다보면 연차가 바닥나는 건 순식간이다. 유치원 면담, 소풍 등 각종 행사에 쓰려면 연차를 아껴놔야 하기도 하고, 매번 갑자기 휴가 내는 게 눈치 보였을 거 같다.
요즘 코로나로 퇴사하거나 휴직하는 워킹맘이 많다던데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직장인에 비해 시간이 자유로운 프리랜서인 것도 다행이지만, 시가가 근처인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긴급한 상황이 생기면 시어머니 도움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미팅을 하러 한참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데 당장 아이를 데리러 가라는 전화를 받았을 때,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코로나로 예민한 시기라, 유치원에서 열이 나면 보호자가 데리러 올 때까지 독방으로 격리되는 거 같았다. 늦게 갈수록 그 방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지니 아이가 불안해할 터라 전화를 받고 나면 마음이 더 급해졌다.
오늘까지 가정 보육하고 내일은 다시 등원하는 날이다. 또다시 체온이 높아져 돌아오진 않을지 걱정된다. 마음 같아선 코로나가 잠잠해질 때까지 집에 데리고 있고 싶기도 하지만, 안 그래도 쑥스러움 많은 아이가 새로 입학한 유치원에서 친구 사귈 시기를 놓칠까 봐 걱정되기도 한다. 그러는 한편, 유치원에서 일곱 시간 남짓 있으면서 밥 먹는 시간 제외하고 마스크 쓰고 있다고 생각하니 안쓰럽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보내야지'라는 마음으로 긴급 보육 한 번 보내지 않고 장장 네 달을 등원하지 않고 데리고 있었는데, 코로나 종식이 기약 없다 보니 언제까지 등원을 안 시킬 수도 없어 고민이다.
아이를 데리고 일을 할 때는 힘들어도 그나마 스케줄 예측이 가능했는데, 개학한 지금은 오히려 '언제 전화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5분 대기조가 되었다. 직장인인 경우, 나 같은 5분 대기조일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역시나 이런 사례로 곤란한 맞벌이 부부가 많다는 기사들이 있다. 미열이나 기침으로 귀가 조치되는 어린 학생들이 많은데, 선별 진료소를 찾는 동안 부모가 휴가 며칠간 내야 하니 직장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거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경우, 맞벌이 자녀의 코로나19 의심증상으로 조퇴하거나 연차를 쓰게 될 경우 정부 차원의 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기사들이 보였다.
정녕 코로나19 이전 일상으로 돌아갈 순 없는 건지 답답하다. 직장인과 프리랜서 사이에서 조금은 고민되는 요즘이었는데, 유치원 5분 대기조를 겪으면서 그나마 시간 활용이 자유로운 프리랜서가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리랜서의 자잘한 단점을 한 번에 덮은 강력한 장점은 '유치원 5분 대기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내 삶과 직업에도 아주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