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일찍 가는 친구들이 부러워요

유치원 방과후 과정

by 세실리아

우리 아이는 9시 30분에 유치원 버스를 타고 등원해서 방과후 과정까지 마친 16시 30분경에 내가 데리러 간다.


유치원 정규 수업은 14시경에 끝나고, 방과후 과정은 맞벌이 가정 자녀들만 들을 수 있다. 정규과정 끝나고 유치원 버스를 타고 집에 오면 15시이고 방과후 과정은 16시 30분에 마치는데, 그땐 버스 운행을 안 해서 내가 운전해서 데리러 가야 한다.


운전하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1시간 조금 더 넘게 맡기자고 운전하는 수고로움을 감안하는 게 맞을지 아니면 그냥 정규과정만 하고 집에 오게 하는 게 좋을지 정말 많이 고민했었다. 시간을 유연하게 쓸 수 있는 프리랜서지만 그래도 일할 수 있는 시간은 확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데리러 가면 16시 30분이 되기도 전에 엄마들이 모두 유치원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16시 30분 딱 맞춰서 아이를 픽업해간다. 도대체 다들 어떤 일을 하길래 맞벌이인데 16:30에 데리러 올 수 있나 싶기도 하다가, 또 누군가 보기에 나 역시 ‘무슨 일을 하길래 맞벌이인데 매일 등하원을 직접 시키지?’ 생각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하나둘 떠나고 나면 우리 아이가 '나만 늦게 간다'라고 생각할까 봐 또 걱정이 시작됐다. 그렇다고 시간보다 일찍 가서 대기하고 있으려면 정규과정이 비해 시간상 메리트는 크게 없는 건데 그러느니 내 입장에선 차라리 정규과정만 하고 아이를 버스 타고 집에 오게 하는 게 나았다.


고민 끝에 1시간 30분 더 번다고 생각하고 집에서 16시 30분에 출발해서 아이를 데리러 간다. 17시까지는 아이를 봐주시기 때문이다. 아이한테 엄마가 늦게 가서 속상하냐고 물으니 대수롭지 않게 '남은 친구랑 놀았다'고 했다. 그런데도 자꾸 불안한 마음에 '혹시 엄마가 더 일찍 왔으면 좋겠어?' 물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자꾸 부정적으로 아이한테 물어보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요즘따라 아이가 "엄마 저도 버스 타고 오고 싶어요"를 매일 이야기했다. "엄마가 일을 해야 하는데 어떡하지? 그럼 엄마가 일 빨리 마치는 날엔 버스 타고 올까?" 했더니 그러고 싶단다.

마침 다음 날 일을 빨리 마칠 수 있을 거 같아서 "오늘 그럼 버스 타고 올래?" 물었더니 "엄마는 일해야 하잖아요. 엄마가 십육시 삼영(16:30 을 말하는 거다)에 데리러 오세요" 했다. 혼자 남지 않게 일찍 오라는 의미다. 기특하면서도 짠했다.


그러다 며칠 후엔 "엄마 저 일찍 가는 친구들이 부러워요" 하길래 "그럼 내일을 버스 타고 올까? 엄마가 일 빨리 하고 기다릴게" 했다. 그랬더니 너무너무 신나 하며 "기대된다" 외쳤다.

오늘은 아침 눈뜨자마자 "오예 다람쥐 코스다!" 하면서 신나서 일어났다. (다람쥐 코스는 차량 이름이다)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면서 같은 반 엄마한테 "버스가 이따 오후 세 시에 오는 게 맞죠?" 물었더니 "네 맞아요. 그런데 오늘은 왜 버스 타고 하원 해요?" 묻길래 일찍 오는 친구들이 부럽다고 해서 오늘은 일찍 오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 엄마는 "아휴. 우리 애는 엄마가 데리러 오는 친구들이 부럽다고 해서 지난주엔 제가 직접 데리러 갔잖아요"한다.

서로 이야기 나누다가 '애들은 서로서로 부러워하네요' 하며 웃었다.


그러고 보니 유치원 입학 후 우리 아이가 방과후과정 적응을 힘들어해서 고민인 적이 있었다. 내가 일한다는 이유로 아이를 오래 유치원에 있게 하며 힘들게 하나 싶어서 고민이었는데, 그때도 같은 등원 차량 타는 아이 엄마는 "우리 애는 매일 방과후 과정 하고 싶다고 졸라요. 엄마가 회사를 안 다녀서 신청 못한다고 말해줬는데도 유치원에 더 있고 싶대요"라고 했다.


빨리 집에 오는 친구들은 유치원에 더 있는 친구를 부러워하고, 유치원에 더 있는 친구는 빨리 가는 친구를 부러워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또 엄마가 직접 데리러 오는 아이들은 친구들이랑 다 같이 큰 버스 타고 가는 친구들을 부러워하고, 버스 타는 친구들은 이따 엄마아빠가 데리러 오는 친구들을 부러워한다고 생각하니 내 기준에서 애를 짠하게 생각하지 말아야지 생각하게 됐다.


오늘은 버스 타고 일찍 하원 하니, 시간 맞춰 나가려고 카페에서 대기하며 이 글을 쓰고 있다. 곧 다람쥐 코스가 도착할 시간이다.

매일 아이를 데리러 가는 시간이 은근 압박이었는데, 반대로 오는 버스를 기다리는 것 또한 압박이다. 차라리 내가 데리러 가는 건 조금 늦어도 선생님들이 계시지만, 오는 버스는 미리 나가 있지 않으면 안 되니 계속 시계만 보게 된다. 매일 하원버스 시간 맞춰 정류장에 나가 있던 엄마들도 매일 픽업가는 나만큼 힘들겠구나 싶다.


오늘 남은 오후엔 아이랑 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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