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윗레인 Jun 09. 2023

브랜드 속에서 발견한 내 모습

 매거진 B No.92 : Arabica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정신을 차리기 시작한 지점이.


 매거진 <B>의 아흔두 번째 책인 ‘%ARABICA’를 읽기 시작하면서 그 답을 찾았다. 서른 살, 발리의 꾸따 해변에서 서핑을 배우던 때가 떠올랐다. 거대한 파도를 온몸으로 맞고 또 맞으면서 그 속에서 가장 완벽한 파도를 잡아서 타기 위해 몇 일간을 발리의 해변에서 보냈던 시간들. 그때부터 항상 조급했던 마음속에는 인내심이 자라나기 시작했고, 세상모르고 크기만 했던 욕심이 많이 씻겨 나간 것 같다. 인생과 서핑은 많이 닮았다. 파도는 계속 오지만 똑같은 파도는 다시 오지 않는다.


 아라비카라는 브랜드를 알게 되었을 때 도심에서 안경을 쓰고 바쁘게 일하는, 체격은 슬림한 40대의 남성을 떠올렸으나 매거진에서 소개하는 브랜드 창립자인 케네스 쇼지는 예상과는 다르게 한국계 중국인과 결혼하여 아이 셋을 둔 푸들 아빠였다. 게다가 발리에서 꿈의 라이프를 누리고 있는 메트로폴리탄이라고 한다.  본인이 사용하는 것에 자신의 브랜드 심볼을 당당하게 붙이고 다니며, 새벽부터 서핑을 즐기고 이후에는 업무에 몰두하는 간지 그 자체인 분을 알게 되다니!

 나도 쇼지처럼 바다를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바다란 미니멀 그 자체이기에, 심경 복잡한 사람들이 결국 죄다 바다 앞에 모이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라비카를 대표하는 심볼인 ‘%’는 커피나무와도 닮았지만 수평선 위에 해가 떠오르는 모습과도 닮아 있다. 스타벅스의 팬이 만든 아라비카는 커피계의 새로운 태양이 될 수 있을까?


 아라비카 매장 특유의 새벽 바다처럼 고요하고 따듯한 디자인은 주로 일본의 ‘넘버텐’에서 각각의 지역성을 담아 디자인하고 있다고 한다. 기존 카페들이 보여주는 일상에 기대는 듯한 느낌의 카페에서 한 발짝 나아가 비일상적인 것도 반드시 느낄 수 있게 하는 공간 컨셉이 주요 포인트이다. 슬레이어 에스프레소 머신만 제외하고 보면 지극히 일본적인 감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브랜드이다. 아니 정정해야겠다. 젠한 공간 속에서 슬레이어 머신이 주는 이질적인 느낌조차도 일본적인 게 맞다.


 2013년에 시작되어 아직도 창립자에 의해 많은 부분이 전개되고 있는 브랜드이다 보니 브랜드 얘기에서 창립자의 이야기가 차지하는 부분이 어떤 브랜드 보다 크다고 느꼈다. 그중에서도 P. 54에 ‘가장 이상적인 삶은 스스로와의 끝없는 대화를 통해 인생 목표를 세우고 자기 자신을 찾는 것’이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기존에 하던 업을 정리하고 두 번째로 도전한 일이어서 그런지 ‘커피만이 특별해!’ 따위의 자의식 과잉이 없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발리의 해변에서 발리카노를 마시고 각국의 아라비카 매장을 순회하면서 세계여행을 즐기는 내 모습이 그려졌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생각이 많은 요즘 아라비카 스토리를 보며 그 생각이 조금은 구체화되었다. 나도 브랜드라는 큰 파도를 타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보고 싶다.


See the world, find yourself, set goals, mix work and life, and challenge the world one day.

-Kenneth Shoji-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