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라고 전부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서울 대치동에 있는 '타워팰리스'를 일 때문에 일주일에도 몇 번을 지나치고 있다. 정말 큰 주상 복합아파트(왼쪽)로 수십억을 호가한다. 전세 금액만도 정말이지 수십억이다. 저런 곳에는 누가 살고 있는 것일까? 사진 우측 건물은 신라호텔 계열의 '반트'라는 스포츠센터이다. 실내 골프연습장과 수영장 마사지 시설이 있다. 연회비만도 수천만 원이다. 평생 가져보지 못할 재산이 있어야 입주해 살 수 있다. 또는 회원권을 사용할 수가 있다. 정말이지 저런 곳에 다니는 사람들은 얼굴부터가 반질반질하다. 간혹 시골 농부같이 거칠고 외양도 잘 꾸미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이 드나드는데 아마 부자지만 꾸미지 않는 스타일인 것 같다.
행복의 필요충분조건에서 '부와 명예'라는 요소는 중요하다. 그런데 그런 부를 어떻게 쌓았고 또 적립했는가가 궁금하다. 이번에 큰 일을 한 문형배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경우 6억이 조금 넘는 재산을 신고했다고 한다. 과연 그분은 어디에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 돈으로 정말 서울 시내에 아파트 웬만한 아파트 한 칸 제대로 구할 수 있으려나 생각이 든다. 돈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나도 근사하게 입고 또 근사한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차를 끌고 다니고 싶은 생각이 왜 없으랴.... 아니 근데 나는 정말 별로 없다. 그런 외부적인 것에 신경을 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걸로 머리 아프고 신경 쓰기가 싫다.
내가 바라는 행복의 조건은 그냥 쓰고 싶을 때 쓸 돈이 있는 것. 남에게 손을 벌리지 않는 정도랄까. 그리고 뭐 쓰고 싶은 것도 소소하다. 남을 의식하는 외양이나 씀씀이는 애초에 난 관심 밖이다. 내추럴 본 '을'이어서 그런 것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작년 6월에 간암으로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도 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아버지를 여의고 한국에 당신의 어머니 즉 할머니의 손을 잡고 한국으로 나오셨다. 이미 을로 정해진 삶을 살고 떠나셨도 나도 대를 이어 충성 아니 을로서의 삶을 영위하고 있다. 큰돈은 없지만 그나마 집사람이랑 강아지랑 세 식구 나름대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명예를 위해서 글을 쓰는 이유도 있지만 나름 뭐라도 쓰면 생계를 위해 일을 하는 와중에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 좀 덜 외롭고 나름대로 가치를 찾는 일이 아닐까 싶다.
돌아보면 지금 사는 곳은 반지하 다가구 주택. 예전에 영상문화운동 단체 영화세상 시네마테크 컬트 사무실도 지하-지하-옥탑-지하-지하 이렇게 돌아다녔다. 아직도 난 1층에서 살아본 적인 없네... 아니 이럴 수가. 나 ㅏ름대로 박봉에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직 지하를 못 벗어났다니 충격이다. 그래도 다행인 게 해가 들어온다. 경사진 작은 야산자락의 모서리에 위친한 집이라서 뭐 천막을 치고 캠핑장 테이블 의자로 꾸민 테라스도 있다. 카드를 좀 많이 쓰면 다음 달은 소비를 줄여야 하고 냉장고를 파먹어야 한다. 그래도 괜찮다. 조금 참으면 되니까 또 그거 없어도 살 수 있어 그렇게 생각하니까.
많이 가진 사람들의 부자가 되기 위한 풍족하고자 하는 노력을 폄하하고 싶지는 않다. 정당한 땀과 근면까지 깎아내리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부를 쌓을수록 어쩔 수 없이 마음의 여유랄까 빈자리 그래 그것이 자리를 잡을 공간을 줄어든다고 생각한다. 그냥 그런 사람들은 그렇게 살고 나는 내 형편에 맞게 만족하게 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부와 돈을 쫓기는 싫다. 그런 걸로 짧은 인생을 낭비하고 재미없게 살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냥 그때그때 재미있게 즐기면서 살고 싶다. 단 한 가지 걱정은 가지고 있는 거 잘 배분해서 남김없이 잘 쓰고 가고 싶은 생각뿐이다. 쓰지도 못하고 죽으면 어떻게 하느냐 말이다. 저 보다 인생선배님들이 하는 말이 그렇다. "이제 먹고 싶은 것 사 먹고살아 언제까지 그렇게 살 거야. 죽으면 소용없잖아. 건강을 위해서라도 쓸 때는 써..." 근데 난 원체 아끼고 중고를 좋아하는 스타일인데 지금은 결혼 후 와이프 때문에 쓸건 쓰자하고 좀 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