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재산도 없고 무명의 을의 인생이 서글퍼지기도 하지만
자유롭고 어쩌면 방탕한(!) 생활을 하고 늦은 나이에 직장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학벌이 좋지도 않습니다. 대학도 다니다가 그냥 때려치웠습니다. 자퇴서를 낸 것도 아니고 제적이 된 거 같더라고요. 3학년을 마치고 4학년에 가지 않았으니 앞의 3학년 버린 등록금이 아깝긴 아깝더라고요. 인물도 그렇고 집안도 그렇고 특별히 잘 나가는 집안도 아니고 그저 평범합니다. 그렇다고 20여 년 직장생활을 해서 직급도 올라갔냐면 그것도 아닙니다. 급여도 뭐 많이 않습니다. 다들 놀라실 겁니다. 이제 일이 익숙해져서 그런대로 할만하고 완벽히 적응이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뭔가 딱히 불만이 있거나 답답한 것도 없습니다. 그래도 미래를 생각하면 조금 불안하고 늘 이렇게 을로 살다가 인생을 마감해야 하는 것인가 라는 우울한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사람이라면 태어났으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재산도 좀 모으고 모름지기 이름을 남기기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런데 재산도 없고 명예도 없고 이도저도 아닌 위치에 흰머리가 늘고 눈가와 이마에 주름이 자글한 내 모습을 보면 그냥 한심하고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종종 머리가 아플 때가 있습니다. 작은 일 때문에 갑으로부터 한 소리 듣고 나면 이 나이에 정말 한심하다는 자괴감이 종종 들기도 합니다. 제 직종이 서비스업이라 더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가 더 높게 잘 살기 위해 노력을 다른 사람보다 더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조건 즉 학업, 시험, 자격증 등을 멀리했기 때문이지요.
반면 을에 있어보니 그렇게 심하게 머리가 아프면서 갈등이 심하면서 일하지는 않으니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육체적으로 좀 힘들고 정신적 스트레스야 어느 직종이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이 정도만 해도 그냥 먹고살 수는 있으니 다행이지 않나 싶은 때도 요즘은 생깁니다. 노하우가 생겨서 나름대로 내 시간을 쓸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니까 많은 급여를 받지 않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누구는 명예를 쫒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부를 쌓기 위해 오늘도 아껴가며 쓰지도 사지도 먹지도 못하며 사는 사람들을 보면 을을 천직으로 알고 살아가는 나도 그럭저럭 괜찮은 보통 살이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보통과 평범 거기서 그 안에서 저와 식구는 나름대로 작은 행복과 여유를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합니다. 제 형편에 맞게 수준에 맞게 물질의 풍요가 아닌 정신적 자유를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적게 버니까 직급이 없으니까 나름대로 평안함에 도달했다고나 할까요. 보통 사람으로서 작은 것에 만족하고 작은 것에 행복한 하루도 있습니다. 물론 불쑥 이것밖에 안 되는 삶일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뭐 큰 질환도 없이 건강하게 태어나 나름대로 일하고 돈 받아서 가족을 부양하고 사니 이만하면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나름대로 '을'이 주는 평안함에 다다른 것입니다. 이렇게 간섭받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글도 쓰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