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은 떠나고 싶어도 못 떠나는 사람입니다

가끔 모든 걸 훌훌 털고 떠나고 싶지만

by 황규석
20231219_132030 - 복사본.jpg 2023.12 대치동


을은 그런 사람이다.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는 사람이다.

을은 그런 사람이다.

쉬고 싶어도 마음대로 쉬지 못하는 사람이다

을은 그런 사람얻이다

모든 걸 내려놓고 싶어도 걸린 게 많아서 내려놓지 못하는 사람이다


정말이지 피곤하고 힘든 하루 하루를 버티는 을.

나도 을이지만 같은 을을 만나면 안스러운 마음이 든다.

여행가방을 들고 어디든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여름에는 시원한 폭포가 떨어지는 곳이나 차가운 냉방이 드는 곳으로...

겨울에는 뜨거운 태양과 칵테일이 있고 뷰가 보이는 실내 수영장으로...

그러나 그렇게 마음먹은 대로 캐리어를 들고 떠나지 못하는 사람이다.


을은 고용된 사람이다.

을은 묶여있는 사람이다.

주말이라도 잘 쉬면 그저 다행이다.

해외여행이라도 큰 맘을 먹고 가야한다.

월차도 마음대로 쓰기가 힘들때가 많다.

어디가면 움직이면 돈이 들기에 그냥 집에서 쉬고 싶은 생각도 굴뚝이다.

하지만 다들 간다고 하니 눈치를 보고 나가면 또 카드값이 걱정이다.

그냥 다음달 카드 값이 걱정이기에 어딘가 맘편히 다녀오지도 못한다.


가끔 훌훌 털어보리고 강원도 오지나

시골 빈집에 놀러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하지만 잠깐 놀러가서도 혹시 갑으로부터 무슨 연락이 오지 않나 긴장을 한다.

다른 업무지시가 오기도 하고 휴일 일정이 갑자기 끊기기도 한다.

그래서 평일 출근길에 여행가방을 들고 나가는 사람이 부럽다.

항공딱지가 붙은 여행가방을 들고 전철에 탄 사람이 부럽다.

그래서 그냥 눈을 감고 못본척 하는게 좋다.


을은 어찌보면 그냥 아무일 안하고

하루 종일 잠만 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제일 좋은 휴식 같기도 하다. 치킨 하나 시켜서 맥주 두 캔 따서 먹고

담날 늦게 일어나도 걱정없으니 늦게까지 프리미어 축구를 보던가 텔레비젼

영화채널을 돌리거나 하는 재미가 그런 여유가 좋다.

물론 모두가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나같은 복종에 익숙하고 지시받는 일이 없으면 불안한 완전한 을.

을에 최적화된 사람의 이야기다.

월, 화, 수,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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