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가 오락영화에만 많은 관객과 점수를 얻었다고 그를 단지 흥행의 마술사로 불릴 수 없다는 사실을 이 영화를 보고 다시 깨달았다. 3시간이 넘는 흑백영화에 대한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영화가 끝나고 잠시동안 경의의 박수를 보냈다.
처음 30분 동안은 서울에 올라오느라 몸도 마음도 피곤해서 집중하기 힘들었다. 또 칼라에 길들여진 스크린 때문에 커다란 흑백화면에 집중을 하기 힘들었다. 낯설고 생경한 주인공 리암 니슨(쉰들러)의 모습에 좀 지루한 느낌과 어설픈 느낌도 들어서 졸음이 밀려왔다. 함께 보러 왔던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독일군 장교식당의 초반 음악은 "시네마천국"에서 경쾌한 주제음악과 초반 진행이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대한극장의 1914석은 이미 만원이었고 독립법랑주식회사라는 쉰들러의 공장의 여비서를 뽑는 과정에서 젊은 여자에게만 관심을 보이는 코믹한 모습에 사람들이 웃어서 나도 덩달아 웃으면서 '왜 웃지?'하고 자세히 살펴보았다. 유태인은 의사, 목사, 회계사 중의 한 사람이라는데 쉰들러의 공장 회계사를 맡은 안경을 쓴 숫자 개념에 밝은 사람역을 맡은 벤 킹슬리. 그의 연기력은 위기감을 고조시키면서도 탄탄한 구성을 밑받침하고 이끄는 좋은 연기였다.
쉰들러 역의 리엄 리슨은 키다리배우이다. 과연 아카데미 남우주연상후보에 오를만한 중후하고 내면 깊은 연기로 깊은 인상을 관객들에게 심어줬다. "차를 팔았으면 10명이나... 10명이나 더 구했을 텐데...." "한 사람 더..." 하며 후회하는 장면이 있었다. 체코의 자기 고향 브라니에 세운 포탄공장을 떠나면서 말이다. 회계사인 이작 스텐(벤 킹슬리)과 눈물의 포옹을 하면서 흐느낄 때는 내 주위의 몇몇 관객이 손수건으로 충혈된 눈자위를 훔치는 장면을 보았다.
냉혈한 유태인 수용소장 괴트역을 맡은 랄프 피네스도 우리에게 낯선 모습이었지만 위의 두 배우 못지않은 조연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서 인상 깊었다. 독일인의 날카로운 눈매와 잘 빗어 넘긴 오른쪽 가르마의 머리 위로 독일군 모자를 쓰면 영락없는 로마시대 네로를 연상할 만큼 표독스럽고 잔인한 모습이 배어 나왔다.
헬레 히르쉬라는 말이 없고 차분한 어찌 보면 이지적인 젊은 여자 유태인을 하녀로 쓰면서 그녀의 풍모에 괜히 압도돼 가는 모습에선 그도 어쩔 수 없는 한 인간의 굶주린 정(情)에 대한 연민도 감지할 수 있었다. 수용소장은 스스로 무너져 내린 것일까? 그의 키리스마적인 성격연기는 조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절감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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