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레니[ELENL]

by 황규석

<Story>

뉴욕 타임스의 기자실 편집국 어느 과장은 아직은 젊은 40대 초반이다. 신문사의 왁자지껄한 분위기와 전화벨소리 모두 바쁘게 돌아간다. 매우 분주하다. 그는 요새 자신의 조국 그리스와 어머니에 대한 생각으로 일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 정수리는 대머리다. 그는 소형 녹음기를 들고 나선다. 그리스 내전에 관한 취재를 하기 위해서다. 당시 미국으로 이민온 그리스인들에게 묻기 위해서다. 영화는 독백을 통한 회상으로...


그리스의 어느 산지마을. 잘 살지는 못하지만 평화로운 곳이다. 에레리네 집도 그중의 하나. 1남 2년의 아버지는 미국으로 가서 돈을 벌고 있다. 그가 보내온 편지와 선물이 든 상자가 마차에 이끌려 조그만 산골 마을로 들와왔을 때 아내인 에레니는 기대와 행복에 차 있었다. 동네사람들은 부러워했다. "아이들을 보고 싶소. 곧 미국으로 아이들을 데려갈 테니 기다려주오." 사랑하는 남편이자 아버지의 편지.


한편 시골마을 국민학교 선생은 "왕인 노동자나 같은 사람"이라며 똑같은 권리를 가지고 평등하게 똑같이 나누어 먹고살 수 있다고 얘기한다. 그의 이러한 공산주의식 발언과 현실에 대한 불만이 위기를 맞는다. 정부군의 공산당과 좌익분자 색출작전이 벌어지자 그 선생은 에레니의 집 지하창고에 몸을 숨긴다. 그러나 사태는 역전되었다. 공산게릴라 부대의 대장으로 이 마을에 다시 나타난 사람은 마을에서 쫓겨났던 사람이다.


그는 에레니의 집을 당의 사무실로 쓰고 식량을 압수해 갔다. 같은 동족으로서 총칼을 들고 붉은 완장을 차고 나타난 사람은 예전의 힘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마을 주민들도 경계의 눈초리를 보냈다. 마을 주민들은 설마 하였다. 그러나 그는 곧바로 남자들을 잡아내 강제로 공산군에 보내고 식량과 금품을 빼앗는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 공산 게릴라 군의 점령으로 웃음과 평화를 잃은 마을 사람들. 강제노동을 시키고 부인들까지도 강제노동에 동원시킨다.


마을 교회당에서는 어린애들을 모아놓고 공산국가인 소련이나 헝가리, 동독으로 애들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벌어진다. 잔뜩 굶주린 아이들 앞에서 두껍고 달은 빵과 과자를 쌓아놓고 아이들을 꾀인다. 그뿐만 아니라 처녀들까지 의용군이라는 명목으로 차출하려고 한다. 이 일을 당하지 않기 위해 에레니는 옛일을 생각해서 대장에게 딸의 사정을 이야기하지만 거절당한다.


어두운 밤. 엄마 에레니가 누나의 다리를 인두로 지지는 모습을 보는 꼬마 동생. 누나의 비명 소리가 퍼진다. "아아아~ 악!" 엄마와 한 사람이 몸을 묶고 뜨거운 인두로 다리에 지지면서 연기와 살이 타는 냄새가 자욱하다. 어머니 에레니는 눈물과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공습 때는 빵조각 때문에 죽을 고비를 넘기는 에레니. 이미 가족가의 결합과 행복한 꿈은 깨어진 것이다.


어느 날 밤에 에레니는 어린애를 데리고 탈출을 시도한다. 꼬마만 빠져나가고 에레니는 잡히게 되었다. 마을 공터에서 인민재판 위원장의 재판이 벌어진다. 모든 사람들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자갈이 있는 벼랑에서 총살 집행이 시작된다. 겁에 질린 사람들. 에레리는 모리에서 나가서 손을 들고 외친다. 자식들이 무사하길 빌면서 "내 자식들아!" "탕, 탕!"


꼬마는 탈출해서 미국으로 가서 기자로 성장했다. 기자(존 말코비치)는 취재차 그리스의 고향땅에 간다. 신문사에서는 그의 끈질긴 취재요청으로 그를 그리스로 보낸 것이다. 그의 신형자동차가 고향땅에 도착한다. 그는 어머니의 모습을 기억해 내려 애쓴다. 많은 시간이 흘렀고 아무 흔적도 없었다. 어머니도, 옛 친구들과 동네사람들을 수소문해 보았다. 그에게는 당시 인민재판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어머니의 한(恨)을 풀어야 했다. 의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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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형, 눈물 많은 걷기 중독자. 복종에 익숙한 을. 평생 을로 살아갈 예정. 전 영화세상, 대전 씨네마떼크 컬트 대표. 전방위 무규칙 잡종 글쓰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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