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만 안녕(M.C the MAX)

호주 시골 농장에서 일하던 한국 출신 외국인 노동자 외로움

by 황규석

제13화 잠시만 안녕

- M.C the M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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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감사절 세일 광고가 저 남반부 호주의 텔레비전과 신문에 요란했다. 농장의 포도 수확을 쉬는 데이 오프 날 시내를 돌아다녀보니 사람들이 쇼핑을 많이 나와 작은 촌동네 소도시 밀두라 시내가 북적거렸다. 덩달아 마음이 들썩였다. 울워스 마트에 가서 담가먹을 김칫거리를 샀다. 배추와 무, 마늘, 카레, 치킨을 샀다. 차에 놓고 나가려다 제일 싼 캔맥주 한 박스와 달콤한 화이트 와인도 수도꼭지가 달린 커다란 팩으로 샀다. 그리고 한국식료품을 파는 작은 아시아 마트에도 갔다. 멸치 액젓과 신라면 고추장을 샀다. 장만 봐도 난 이미 배가 부른 느낌이었다.


그리고 숙소인 카라반 하우스로 가야 하는 데 쉽게 주차장을 빠져나가지 못했다. 한참을 망설였다. 사고 싶은 게 하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작고 귀여운 박스 모양의 mp3 플레이어. 150$이 넘는 게 99 호주 달러로 크게 할인된 금액으로 판매를 하고 있었다. 저걸 사면 인터넷 카페에서 들었던 노래 '잠시만 안녕'을 들을 수 있고 본 조비의 노래도 차에서 또 일을 마치고 집에서 들을 수 있으니 참 좋을 텐데...


그 작은 MP3 플레이어를 사고 싶은 유혹이 나를 갈등하게 했다. 그러다가 결심했다. “에이 사자! 그거 산다고 죽냐!” 거지가 되는 것도 아니고 나를 위해 투자한다는 셈 치지 뭐“ 이미 현금은 떨어져서 현금지급기로 가서 호기롭게 돈을 찾았다. 열심히 땀 흘려 모은 통장엔 내 기준으로 꽤 돈이 모여 있었다. 애들레이드로 가는 항공권과 거기서 한국으로 가는 항공권은 좀 기다리자. 다음 주말에 사야지. 아직 가격이 높다.


노래를 다운로드하여 작고 귀여운 사각형 빨강 MP3 플레이어에 넣었다. 도미노 피자에서 치즈피자를 샀다. 냄새가 향긋했다. 트렁크가 가득하다. 난 차를 몰고 변두리 강가로 나갔다. 작은 밀두라 공항 가는 길 맞은편으로 큰 다리를 지나면 나오는 나만 아는 일종의 비밀 아지트였다. 텅 빈 주차장에 내 차를 여유 있게 주차했다. 피자와 콜라를 들고나갔다. 맹그로브 나무들이 저 앞으로 우거져 있었다. 강어귀에는 크고 작은 배들이 묶여 있었다.


원주민인가 검은 얼굴의 노인 강태공이 허름한 차림으로 낚싯대를 던지고 있었다. 시간이 멈춰 선 강가의 숲 속. 그물 담장이 처진 테니스장도 보였다. 존과 저기서 종종 밀두라 오픈이라고 테니스를 치고 놀기도 했었다. 호주에 처음 갔을 때. 난 쓰러진 나무 그루터기에 앉았다.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건조하면서도 아쉬움이 묻어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전주가 나오자마자 내 가슴은 그냥 아려지고 슬픈 기운이 멀리 한국에서 온 농장 노동자의 온몸을 휘감았다.


“행복을 줄 수 없었어, 그런데 사랑을 했어. 네 곁에 감히” 사랑할 자격이 있는 사람만이 사랑할 수 있다는 궤변 아닌 궤변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말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노래 가사는 자신의 환경과 처지에 이입이 된다. 서울에서의 상경 생활 4년 영화는 잘 안되었고 걷기 모임에 빠져들었지만 생활고가 닦쳤다. 그래서 택한 호주로의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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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형, 눈물 많은 걷기 중독자. 복종에 익숙한 을. 평생 을로 살아갈 예정. 전 영화세상, 대전 씨네마떼크 컬트 대표. 전방위 무규칙 잡종 글쓰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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