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끄러지듯이 빨려 들어가는 바늘(682회)

드디어 달인의 경지에 들어섰는가

by 황규석

지난 월요일 천안 헌혈의 집에서 있었던 일이다. 헌혈 침대에 누워서 바늘이 들어가는 데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요즘 바늘이 들어가는데 느낌이 그렇다. 그냥 빨려 들어간다. 헌혈 올해로 만 40년 차이고 드디어 내년 대망의 700회를 맞이하게 된다. 드디어 내가 이제 헌혈 달인의 경지에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아직까지도 사실 바늘이 들어갈 때 따끔하다는 느낌이 종종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느낌도 안 느껴지니 나도 신기하다. 나도 사람인지라 늘 바늘이 들어가는 그 순간 긴장을 하게 된다. 그래서 몸이 잠시나마 위축되곤 했다. 간호사 선생님들이 그래서 "자 조금 따끔해요. 따끔!" 이런 말을 하며 긴장을 풀어주는데 그 방법이 제일 좋았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말이 있건 없건 그냥 바늘이 말 그대로 미끄러지듯이 팔뚝에 들어가고 있다. 빨려 들어간다고나 할까...


몇 년 전인가 코로나 시기였다. 팔뚝에 난 무수히 난 바늘자국을 보고는 지례 조금 겁을 먹은 간호사 선생님이 있었다. 일을 하신 지 별로 안 되셨는지는 몰라도 바늘이 들어가는데 나도 모르게 "아!"하고 작은 비명이 새어 나왔다. "아효 죄송해요" "아니 괜찮습니다" 그렇게 안심을 시켰는데 아니나 다를까 곧 팔뚝의 압력이 올라가고 말았다. 놀라는 선생님, 다른 분들도 몰려오고 바로 기계는 멈추었다.


"너무 죄송해요. 저기요... 바늘 뻬고 다른 곳에 다시 해야 될 거 같아요. 괜찮으시겠어요?" "네 괜찮습니다." 그런 경우는 나도 처음이었다. 놀라는 선생님들을 우선 진정시켜야겠기에 아무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음 곧 바늘을 빼고 다시 바늘을 넣었다. 그런데 그때도 정말 아팠다. 아마도 기계가 문제가 있었으리라. 나도 컨디션이 좋지 않았나 보다. 그래도 어떻게 어렵게 낸 헌혈인데 다음에 오겠다고 하겠는가. 그날은 좀 힘든 헌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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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형, 눈물 많은 걷기 중독자. 복종에 익숙한 을. 평생 을로 살아갈 예정. 전 영화세상, 대전 씨네마떼크 컬트 대표. 전방위 무규칙 잡종 글쓰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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