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발견한 이 영화의 매력 앞에 나는 무옷을 단지 허공으로 손을 휘젓고 멍하니 화면만 응시할 뿐이었다. 사실 개봉되기 전 대학 영화 서클인 '스크린' 동아리에서 리들리 스콧트의 영화를 보긴 했으나 별 감흥이 오지 않았다. 많은 여성 관객들의 찬사와 감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 영화 <블레이드 러너>는 평론가들이나 여러 영화광들의 입에서 오르내리고 있던 영화여서 항시 궁금증을 갖고 있던 영화였고 역시 그들의 평가가 틀리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를 이끄는 두 축은 데카드(해리슨 포드)라는 형사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합성인간 안드로이드를 살해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고 레이첼(숀 영)이라는 정체성을 찾으려 하는 여자 안드로이드와의 안타깝고 어두운 로맨스가 그것이다.
미래사회의 핵심은 정보 컴퓨터 기계 기술. 인간의 편의를 위해 욕망을 충족시키기 이해 만들어진 합성인간은 자신의 수명을 잊고 인간처럼 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들은 인간이지만 인간이 아니다. 일단의 합성인간들이 탈출하여 지구에 잠입한다. 그리고 그들을 쫒는 도시의 고독한 로봇 사냥꾼 데카드.
비가 온다. 찬 기운과 어둡고 습한 분위기가 도시 전체의 주된 색이다. 일본색에 물든 도시의 네온 간판의 미소와 야릇한 미소는 차라리 기하학적인 형태의 도시가 주는 이미지의 절망감과 허무함이 반젤리스의 눅눅한 전자음향과 절묘하게 조합된다.
인간보다 더 용감하고 인간보다 더 정이 많은 두 합성인간 킬러 즉 사냥꾼과의 만남은 그래서 더욱 극적이다. 그리고 손을 내밀어 인간을 살리고 자신의 최후를 맞이하는 안드로이드. 그가 흘린 눈물은 곧 '살고 싶다'는 애원과 절망의 눈물이다. 동시에 강한 인간애와 그 인간의 욕망에 대한 질타의 회초리다.
데카드 스스로도 또한 번민하고 갈등한다. 왜 자신은 그런 휴머노이드 복제인간을 처단하는 그런 일을 해야만 하는 것인가 하고 말이다. 애 죽이지 않을 수 없는가 하고....
울리 에델 감독의 이력서가 궁금해졌다. 그의 살라온 내력. 살 떨리는 제니퍼 제이슨 리의 연기. "아무나 들어와... 누구든 상대해 줄게!" 영화는 얼마나 사실적인가!
경제대공황시대가 배경이다. 큰 공장을 끼고 살아가는 빈민가를 상대로 가진 것 없고 힘없는 소시민의 무력한 생활이 건달들과 몸을 팔아 생활하는 창녀의 눈으로 그려진다.
호모도 순진한 군인도 피할 수 없이 건달을 사위로 맞는 아버지의 모습도 아프게 그려진다. 희망이라고는 눈곱만큼도 그려지지 않는다. 카메라는 시종 어두운 구석을 줄기차게 잘도 찾아간다.
신문에 난 광고를 보고 제목이 꽤 특이하다고 생각해다. 그러나 단명했고 비디오로 감상을 했다. 표독한 직장 상사로 나오는 케빈 스페이스의 연기가 단연 돋보이는 영화다. 그는 <세븐>에서 섬찟한 살인범으로 나온다. 저예산과 스튜디오 촬영으로 만들어진 작은 영화지만 할리우드의 어두운 비리를 잘 드러내고 있다.
죽여야만 또 죽어야만 살아날 수 있는 할리우드 영화사 사람들의 모습이 번득이는 재치로 그려진다. 현실과 회상의 절묘한 배치로 극의 긴장감을 더해준다. 관객은 어리둥절하다가도 멋들어진 연기에 깜빡 속고 말 것이다.
유쾌하고 섬뜩한 코엔형제의 작품. 팀 로빈스의 바보 연기가 다른 수많은 조연들의 감초 같은 연기와 합을 이루어 빛을 발한다. 특유의 반전과 함께 영화는 시종 우리를 웃기게 만드는데 그것이 감독의 노림수! 아닐까?
우리는 영화를 보고 정상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무지와 편견을 읽어낸다. 그리고 거세되지 않는 무분별한 욕망이 일으키는 비극의 매서움에 대하여 자각해야 하지 않을까 반성하게 된다.
구로자와 아끼라 감독의 각본을 각색한 러시아 출신의 로버트 콘차로프스키의 하드보일드 액션 + 레일 어드밴쳐 로드 무비.
탄탄한 각본의 위력이 빛을 발하는 작품으로 <챔프>의 존 보이트가 냉정한 탈옥수를 그리고 줄리아 로버츠의 오빠인 에릭 로버츠가 허풍 많고 소심한 똘마니 탈옥수로 나오는 영화다.
자유를 향한 그리움. 아니 그리움보다는 처절하리만큼 무모한 한 인간의 욕구가 브레이크 없는 폭주 기관차 안에서 벌어진다. 당신이라면 달리는 기차 안에서 삶의 가치를 어디에다 먼저 두겠는가>
여성 감독이 만든 영화로서 영화음악에도 많이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이런 류의 영화를 좋아하는 마니아는 따로 있을 것이다. 주인을 잘 만나야 영화도 행복한데 말이다.
영화는 초반이 유머와 재치는 좋았는데 주인공을 여자 람보로 만들려는 순간부터 초반에 벌어 놓은 모든 점수를 까먹고 깎아내리게 만든다. 영화 소품창고애서 쓰다 남은 물건을 빌려다가 땜질해서 만든 영화라는 인상이 강하게 든다.
전편보다 떨어지는 좀 지루한 영화다. 초반에는 반짝이는 재치가 있었으나 달로 향하는 우주왕복선 안에서의 장면은 아이디어의 고갈을 느끼게 한다. 잦은 회상씬의 불협화음이 눈에 띄고 말이다. 이런 영화는 보다 말아도 좋은 영화, 안 봐도 좋은 영화. 다시 말해 굳이 볼 필요가 없는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