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봤다.
얘기도 하고.
아들 : 영화 보려는데 카드로 24개월 할부해도 돼?
아빠 : 영화비가 얼마나 되는데 그렇게 하면 한 달에 몇백 원도 안 되겠다ㅎ
마눌님 : 옷장에 당신 것과 내 통장 있으니 주세요.
그래서 통장을 꺼내 잔고를 보니 십몇만 원인가 찍혀있었다.
숫자를 확인하면서 눈이 떠졌다.
보이는 건 거실 천장뿐이었다.
오랜만에 꿈에서 아들을 보니 반가움보다는 아쉬움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가슴이 뻥 뚫린 기분이다.
그래도 반가운 소식을 전하러 안방의 마눌님에게 갔다.
마눌님은 곤히 잠들어 있었다.
그래도 어깨를 흔들며 얘기했다.
"나 건우 봤는데 영화 보여달라는데?"
"으으응..."
깊은 잠결에 나온 대답이다.
둘 다 저녁에 약을 먹고 자기에 오전 11시가 기상 시간이다.
일어나려면 아직 한 시간 이상 남았다.
얼마 만에 보는 아들인가?
아들이 하늘의 별이 된 지 어느덧 1년 3개월이 되어간다.
떠난 초창기에 두세 번 대화도 없이 희미하게 살짝 지나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르다.
깨끗하고 잘생긴 얼굴에 웃으면서 막내답게 고딩이 어리광을 부리며 얘길 해줬다.
펜이는 평소 용돈에 인색했다.
아들이 씀씀이가 헤펐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쩌다 기분 좋을 땐 많이 주기도 했지만...
그래서일까...
영화 보는데 카드 할부 얘기가 뭐란 말인가?
참 마음이 아프다.
생전에 부자지간이나 가족이 함께 영화 보러 자주 갔었다.
그래서 꿈에서도 영화와 돈 얘기였을까...
용돈을 많이 못 준 게 후회막심이다.
이제 와서 후회한들 어찌하랴...
이미 아들은 가고 없는데...
1년 만에 보는 아들의 모습이 지워질까 아침부터 노심초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