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생각난다

by 펜이

불현듯 생각난다

무슨 일을 하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책을 보다가도

TV를 보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사우나를 하다가도

여행을 가서도

멍 때리다가



불현듯 생각난

우리 부부에게 희망을 안겨준 늦둥이

야무지게 태권도장을 다녔던 유딩 시절

누나들을 제치고 뭇 사랑을 받았던 초딩 시절

대한민국 최고의 난치병 중2병을 거치고

유독 친구가 많았던 고교 시절

고2를 채 마치기도 전에

갑자기 하늘의 별이 된 아



불현듯 생각난

지난봄

목포 앞바다에서 고기를 잡는다며 낚싯대를 드리운 네 모습

지난여름

제주 바다에서 함박웃음을 짓던 네 모습

지난가을

남해에서 양에게 먹이를 주던 순한 네 모습

지난겨울엔

추억을 채 쌓지도 못하고 하늘의 별이 된 아들



불현듯 생각난

지난 크리스마스날 엄마가 놀아주라고 했을 때

"엄마는 아빠하고 놀아야지~"

하고선 거울 보며 빗질하는 네 모습이 마지막일 줄이야...

너의 체취라도 맡고파

시공간을 함께했던 곳을 찾아도 너는 없구나...

아빠의 시간은 야속하게 흐르는데

2017. 12. 25일로 멈춰버린 네 시간

너와 함께한 공간인데 시간만 다를 뿐이


이제는 만나자 아

그곳은 주님과 함께하는 정말 좋은 곳인가 보

하늘의 별이 된 지 벌써 4개월이 넘었는데

고작 꿈에 두 번만 보여주니?

우리 자주 보자

그동안 못 해준 거 모두 해줄 테니...

용돈도 펑펑 주고

게임방도 노래방도 함께 가고

꼬마캠카 몰고 전국 일주도 하고

굵직한 갈치도 낚고

운전도 가르쳐주고...


아들.. 너무 보고 싶다..

꿈에라도 나와주라...

제발...



20170726_163927.jpg 2017. 7. 27. 제주 천제연 폭포 지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