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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이 Jan 09. 2019

불현듯 생각난다

불현듯 생각난다

무슨 일을 하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책을 보다가도

TV를 보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사우나를 하다가도

여행을 가서도

멍 때리다가



불현듯 생각난

우리 부부에게 희망을 안겨준 늦둥이

야무지게 태권도장을 다녔던 유딩 시절

누나들을 제치고 뭇 사랑을 받았던 초딩 시절

대한민국 최고의 난치병 중2병을 거치고

유독 친구가 많았던 고교 시절

고2를 채 마치기도 전에

갑자기 하늘의 별이 된 아



불현듯 생각난

지난봄

목포 앞바다에서 고기를 잡는다며 낚싯대를 드리운 네 모습

지난여름

제주 바다에서 함박웃음을 짓던 네 모습

지난가을

남해에서 양에게 먹이를 주던 순한 네 모습

지난겨울엔

추억을 채 쌓지도 못하고 하늘의 별이 된 아들



불현듯 생각난

지난 크리스마스날 엄마가 놀아주라고 했을 때

"엄마는 아빠하고 놀아야지~"

하고선 거울 보며 빗질하는 네 모습이 마지막일 줄이야...

너의 체취라도 맡고파

시공간을 함께했던 곳을 찾아도 너는 없구나...

아빠의 시간은 야속하게 흐르는데

2017. 12. 25일로 멈춰버린 네 시간

너와 함께한 공간인데 시간만 다를 뿐이


이제는 만나자 아

그곳은 주님과 함께하는 정말 좋은 곳인가 보

하늘의 별이 된 지 벌써 4개월이 넘었는데

고작 꿈에 두 번만 보여주니?

우리 자주 보자

그동안 못 해준 거 모두 해줄 테니...

용돈도 펑펑 주고

게임방도 노래방도 함께 가고

꼬마캠카 몰고 전국 일주도 하고

굵직한 갈치도 낚고

운전도 가르쳐주고...


아들.. 너무 보고 싶다..

꿈에라도 나와주라...

제발...



2017. 7. 27. 제주 천제연 폭포 지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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