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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이 Jan 09. 2019

드라마처럼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사무치게 보고 싶은 아들아...

간밤 꿈에 너는 보이지 않고 누군가 내게 와서 네 이름을 들먹으며 그랬어.


안.됐.다.고...

그 얘기를 듣고 꿈이지만 얼마나 대성통곡을 했는지 몰라...


꿈이지만 꼭 현실 같았거든.

눈떠보니 새벽 네 시던가...


엄마 방에 가보니 엄마도 깊은 잠을 안 자는지 뒤척이더라.

아들이 너무 보고 싶은데 꿈에도 안 나타나서 아빠가 요즘 아들 방 침대에서 자거든.


혹시나 하고...

근데 안.보.여...


어떡하면 네 얼굴을 볼 수 있을까?

일전에 아빠가 <우리가 만난 기적>이라는 드라마를 얘기한 적 있지?


오늘 마지막회였는데 아빠의 죽음으로 불행했던 두 가정이 신의 도움으로 해피엔딩으로 끝났어...

방법이 뭔지 아니?


시간을 되돌렸던 거야...

우리에게도 딱 5개월 전으로 시간을 되돌렸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랬으면 이런 참척의 슬픔도 없을 거고...

행복하게 살 텐데...


큰 누나는 몇 년 전부터 유명한 회사에 다니고 작은 누나도 지난 1년간 열심히 공부해서 국가공무원 됐잖아.

아들도 작은 누나 정말 대단하다며 자랑스러워했잖니...


우리 가족은 비록 잘살지는 않지만 이제 행복하게 살 일만 남은 것 같았는데...

아들이 이렇게 없으니 세상 그 무엇도 필요치 않구나...


정말 사랑하고 보고픈 아들아...

오늘 대학병원 예약이 있어 병원에 다녀왔어.


아빠도 엄마처럼 약을 의지해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단다.

네가 마지막을 보냈던 병원이라 아들이 더욱더 생각나더라...


부자지간에 눈 한번 못 마주치고 말 한마디 못하고 떠나버린 아들아...

그래서 더더욱 사무치는구나...


약 처방을 받고 집에 걸어오던 길에 책가방을 멘 아들 또래들을 많이 봤어...

시험 기간이어서 일찍 끝났을까?


삼삼오오 짝을 지어 장난치며 가는 뒷모습이 분명 아들이었어.

그래서 아빠도 모르게 한참을 뒤따랐어.


근데 어쩌다 뒤돌아보는 얼굴이 아들이 아닌 거야...

얼마나 실망했던지...


다리가 풀리더라...

내가 왜 이러고 있지 하며...


아들 침대에 잔 지 벌써 열흘이 넘은 것 같은데 이제 한 번쯤 나와줄 만도 하지 않니?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지만 아빠 소원은 들어줄 수 있잖니?


그래...

오늘 밤 꿈에 꼭 얼굴 보여줘~


네 얼굴 비비며 어루만져도 보고

갈비뼈가 으스러지게 꼭꼭 안아보게~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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