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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이 Jan 09. 2019

하늘의 아들에게 쓴 편지

보고프다...

이 한마디뿐이야.


아들이 아빠 곁을 떠난 지 벌써 141일째네.

한 자리가 두 자리 되고 두 자리가 세 자리 지난 지가 한참 됐네.

참 세월 빠르지...


날마다 날마다 네 사진 보며 잠들지만 너를 볼 수가 없구나...

우린 그렇게 인연이 아니었나...


아들이 초등학교 때 엄마랑 셋이서 곡성 기차마을 가서 옛날 기차도 타고 쫀드기도 먹으면서 황금 물결로 넘치는 논도 보고 하늘거리는 코스모스에서 사진도 찍었잖아~

기억나지?


엊그제 엄마가 기분 전환하자고 아빠랑 곡성 장미축제장에 갔어.

알록달록 장미도 예쁘고 사람들도 많더라.


그런데 기차를 보니 아들이 무쟈게 생각났어...

막 보고 싶은 거 있지...


기차를 안 보려고 하늘을 봤는데 하늘이 너무너무 파란 거야.

아빠 손에 흰 색연필이 있었더라면 네 얼굴을 그렸을 뻔했어.


그래도 엄마와 함께 꽃길을 걸으며 눈으로 얘기하니 기분이 한결 낫더라.

하늘에서 보는 아들도 보기 좋았으리라 생각해.


최근에 아빠가 어느 드라마에 푹 빠졌어.

생일과 이름이 똑같은 사람 둘이 교통사고가 났어.


그리고 둘 다 입원했는데 아마 죽은 시점이 약간 차이가 났나 봐.

그런데 저승사자의 잘못으로 동명이인인 살아야 할 사람을 잘못 데리고 간 거지.


다시 영혼을 돌려보내야 하는데 이미 장례를 치른 뒤라 어떻게 할 수 없어 아직 장례를 안 치는 사람의 몸으로 돌려보낸 거야.

그런데 영혼과 육체가 따로 노는 약간 코믹하면서도 당사자 두 가족을 생각하면 슬프기도 했어.


왜 이런 얘기를 하는 줄 알겠니?

세상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지...


하지만 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을 보면서 주인공 송현철처럼 울 아들도 그렇게 다른 친구의 육신을 입고라도 아빠 앞에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이 너무나 간절했거든...

아들 얘기를 친인척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조용히 하루장으로 마무리했기 때문이야...


사실 외할머님도 모르셔...

작년 가을에 할머님 큰 수술로 아들도 병문안 가서 빨리 나으시라고 했잖아?


아들이 음악 공부하러 서울 큰 누나 집에 갔다고 했어.

너 가수 된다고 하니까 할머님께서 많이 좋아하시더라...


내일 비 온다는데 오후에 우중충하니까 아들이 많이 보고 싶더라...

그래서 방송국 다녀오면서 한 7km를 걸은 것 같아.


운천저수지 풍경을 보며 너도 생각하고 엄마도 생각하고 두 누나도 생각하며 걸었어.

텅 빈 공허한 마음을 무엇으로 채울까나...


갈수록 아들이 사무치게 보고 싶다...

그러니 한 번만 보여주라...


오늘 밤 꿈에...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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