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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이 Jan 11. 2019

하늘나라에 보내는 편지 "첫 생일"

마이 선 GUNU야~

하루에도 수십 번씩 생각나서 불러보는 이름 GUNU


아들이 하늘의 별이 된지 벌써 10개월이 되었구나.

세월 참 야속하지?


오늘이 아들 생일인데 천상에서도 알고 있겠지?

아들 생일 축하해~


17년 2개월 동안 우리의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앞으로도 영원히 맘팜의 아들이겠지만.


아빠 생일날 아침에 우렁찬 울음으로 우리 가족에게 막내로서 기쁨을 줬었지.

성장하면서 기쁨과 함께 걱정도 줬던 아들


하지만 아들이기에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때 더 사랑한다 말해줄걸.


그때 더 스킨십을 더해줄걸

그때 더 아들에게 관심을 가져줄걸...


어제 누나들과 함께 네가 있는 영락공원에 갔어.

그곳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눈이 내리다 새싹이 나고 푸르렀는데...


어느덧 가을빛으로 물들고 있더구나.

아들과 함께 백양사 내장산 단풍 구경 갔던 때가 떠오르더라.


여전히 인기 짱인 아들은 포스잇 편지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어.

외롭지 않지?


아들이 가장 좋아했던 통닭을 가져왔어.

맛있게 먹어줄 거지?


항상 웃고 있는 아들

사진을 보면서 맘과 팜 그리고 누나들은 그리움에 사무쳐서 미쳐버릴 것 같아...


내가 미소 짓고 네가 나를 어루만져 줘야 하는데...

확실히 뭔가 바뀌였지...


집에서나 집 주변을 배회하다 보면 아들이 보고 싶을 때가 많아...

아들이 학교 가면서 이용했던 버스정류장


자주 가던 마트와 사우나

친구들과 함께했던 분식점과 편의점


그리고 또래의 교복 입은 뒷모습에 마치 아들 같아서 한참을 물끄러미 쳐다보거든...

그리고 베란다에서 내려다보면 아들이 걸어서 올라올 것 같은 아파트 진입로...


이어서 번호를 삑삑삑 누르고 열릴 것 같은 현관문

허나 미동도 없곤 해...


자식을 앞세웠는데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살아가야 하는 삶이 너무 힘들어.

누구를 만나도 애써 웃어야 하고 아들 잃은 슬픔을 어디에다 하소연도 못 하는 삶이 정말 괴롭구나.


저번에 우연히 아들 책상 서랍을 열어봤어.

아들이 초딩 때 사용했던 야구 글러브가 있더라.


아들 손때가 묻은 글러브를 한참 어루만졌어.

아들이 한때 야구 선수가 꿈이었지.


친구들과 야구하며 소리 지르는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어.

그래서 전학도 서로 고민하던 때가 떠오르더라...


아들이 살아있을 때 맘과 함께 나눈 마지막 대화가 벌써 희미해지려 해.

작년 크리스마스 때 친구 만난다며 거울 앞에서 빗질하던 그 모습.


맘이 그랬어.

"건우야 오늘 크리스마스인데 엄마하고 놀아줘~"


아들은 무심코 한마디 내뱉었어.

"엄마는 아빠가 있잖아~ 왜 나보고 놀아달래ㅎ"


맘팜이 동시에 그랬지.

"아들 여친 만나러 가는구나?"


아들은 긍정도 부정도 아닌 아들 특유의 눈흘김으로 대신했지.

"잘 다녀와~"


그렇게 머리를 탈탈 털고 나가는 모습...

이게 살아생전 아들의 마지막 모습이 될 줄이야...


그리고 아들은 친구들도 만나고 나중에 여친도 만나고 즐겁게 보냈더라.

여친과 헤어지고 집에 돌아오다 다시는 못 올 곳으로 가버렸으니...


여친과 헤어지고 나눈 짧은 카톡이 우리의 심장을 더욱 파고들었지.

그렇게 아들과의 영원한 이별은 시작된 거고...


이렇게라도 적어놔야 나중에 아빠가 나이 먹어 기억이 희미할 때 읽으면서 아들을 꺼내볼 수 있을 것 같아.

물론 아들을 생각할 때마다 맘팜의 심장은 쪼그라들 테지만...


한참 너를 어루만지다 옆방에 계신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함께 뵙고 온다.

하나님 나라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잘 지낼 거라 생각해.


항상 할아버지 할머니 사진 보며 팜이 그러거든

'당신들이 사랑하신 손주 잘 지켜달라고...'


그렇게 아들과 정말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헤어질 땐 가슴이 미어져.

우리 이런 이별 너무너무 서먹서먹하지 않니?


천상에서 아들을 만나는 때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더 이상 이별이 없게.


하지만 생과 사의 갈림길이 현실이기에 우린 아들에게 등을 보이고 나왔어.

하늘은 우리 가족의 가슴 아픈 재회를 알기라도 하듯 무심하게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영원히 사랑하는 아들

다음에 또 올게 잘 있어...


그리고 꿈속에서라도 부자지간의 정도 좀 나누자꾸나.

아들 본지 너무 오래됐어.


아들 떠나고 세 번이 뭐니?

아들 생일 기념으로 오늘 한 번 보여주라~


밝게 웃는 네 모습

그리고 갈비뼈가 으스러지게 한 번만이라도 안아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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