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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이 Jan 11. 2019

목욕탕 갈 때마다 생각나는 사람

여행 중에 동네 목욕탕에 들렀다.

동네탕이라 아담 사이즈에 서너 사람이 세속의 때를 벗겨내고 있었다.

고요 속에 재잘거리는 대화가 탕 안을 맴맴거렸다.

서너 살 꼬마와 아빠의 대화였다.

호기심 많은 아들은 이것저것 죄다 물었다.

이해심 많은 아빠는 동심으로 대답해주었다.


아들을 데리고 사우나에 자주가곤 했다.

아들의 때밀이는 아빠 몫이었다.

탕 안에서 물장구치고 냉탕에서 수영도 했다.

아빠 등에 올라타기도 하고 코알라처럼 배 위에서 쉬기도 했다.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생이 되면서 아빠 등을 밀어주기 시작했다.

아들은 커갈수록 등 미는 솜씨가 일취월장했다.

시간이 흘러 고딩이 되었다.

키와 몸집이 아빠보다 더 커졌다.

힘도 아빠보다 더 세졌다.

아빠보다 더 큰 손으로 아빠 등을 밀어줬다.

묵은 체가 내려가듯 시원했다.

그렇게 부자지간에 서로의 등을 밀어줬다.

목욕이 끝나고 자판기에서 꺼내먹는 음료수는 둘의 갈증을 시원하게 해결했다.


시간이 멈췄다.

293일 전 아들과 함께 사우나 가려고 했다.

아들은 갑자기 하늘의 별이 되었다.

이제는 할 수 없는 아빠만의 꿈이 되었다.

이루어진다고 했는데...

자주 가던 사우나도 뜸해졌다.


목욕탕에서 꼬마와 아빠의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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