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펜이 Jan 11. 2019

보고 싶은 아들...

오늘 아들 보러 갔어.

잿빛으로 물든 겨울 하늘은 금방 하얀 눈이라도 쏟아질 것만 같더라.

지난번 아들 생일 때 와보고 두 달만인가 싶다.

정말 미안해 자주 오고 싶은데...

아들 봉안함에 붙어 있는 수많은 포스트잇 편지가 겹겹이 지난번보다 더 많이 붙어 있더구나.

아들 생일 때 엄마 아빠 다녀간 뒤로 친구들이 많이 다녀간 모양이지.

어때?

그곳은 평안하니?

하나님 나라 천국에서 잘 있을 거라 생각해.

하지만 아들을 보고 싶은 마음은 어떻게 주체할 수가 없구나.

매일 무시로 생각나는 아들아...

네가 우리 곁을 떠난 지난 1년 전과 같은 겨울이 또 오니 사무치게 더 그립구나.

두 손 맞잡고 볼에 부비부비하고 싶은 아들아...

봉안함에 붙은 아들 사진을 어루만지면서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에 우린 정녕 슬픈 인연이었니...

아들을 보는 엄마는 감정이 격해 갑자기 큰 두통으로 쓰러지실 뻔했어.

계속해서 고통을 호소하시다 시간이 좀 지나니 잠잠해지더라.

하염없이 안고픈 아들아...

엄마, 아빠, 누나들 안 아프게 돌봐주고 하는 일 잘 풀어지게 하늘에서 굽어살펴주려무나.

꿈에서라도 보고픈 아들아...

며칠 전 둘째 누나 꿈에 나와줘서 고마워.

초딩 때 아주 귀여운 모습으로 누나와 이런저런 얘기 했다더라.

한없이 그립고 사랑스러운 아들아...

아들이 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통닭 가져왔으니 아주 많이 먹으렴.

그리고 노란 예쁜 꽃도 가져다 놓았으니 관리 잘하고...

갈비뼈가 으스러지게 안고픈 아들아...

아들이 교통사고 났을 때 얼마나 아팠을까 생각하면 심장이 터지고 오장육부가 갈기갈기 찢어지는구나.

그리고 6일간 중환자실에서 생사를 넘나드는데 이 못난 아비는 사랑하는 아들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음에 너무너무 미안했어.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아들이 가족 품을 영원히 떠난 12월 31일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구나.

또 그날은 어떻게 보내야 할까...

답 좀 다오...

그립고 그리운 아들아...

이 밤에 아들을 생각하니 너의 유년 시절과 중고딩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아들이 살아있다면 올해 고3에 내년에는 어엿한 성년이 되어 원없이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먹고 싶은 것 다 먹을 텐데...

작별의 인사도 없이 황망히 떠난 아들아...

그곳에서는 더 이상 아프지 않고 주님과 함께 찬송하며 행복하게 지내리라 생각해.

사무치게 그리운 아들아...

꿈에 아들 본지 너무 오래됐어.

오늘밤 얼굴 좀 보자.

그래서 지난 1년 동안 못 한 얘기도 좀 나누고

동네 사우나도 함께 가자.

아빠 캠카로 여행도 함께 즐기고

우리 가족 5명이 함께 가족사진도 찍자.

원없이 불러보고 싶은 이름 건우야...

나도 건우 꿈에 찾아갈 테니 건우도 아빠 꿈에 꼭꼭 찾아와.

이따 보자.

근데 잠이 안 온다.

이대로 날 새면 안 되는데...

잠이 올 것 같지 않아 건우야...

병원 약을 먹었는데도 정신이 더 말똥말똥한다.

너도 그러니?

그냥 얘기나 나눌까...



매거진의 이전글 1년 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