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부터 벼르고 벼르던 제주올레 완주. 양쪽 어깨 수술로 올봄으로 미뤄왔던 걷기 여행이다. 여러 정보를 얻고자 제주올레 기행문을 10권 읽었다. 덤으로 제주 4.3사건 관련 책 6권으로 제주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드디어 오늘 제주행 뱅기에 몸을 실었다. 펜이에겐 직장에서 알고 지낸 30년 지기가 몇 명 있다. 이에 한술 더 떠 20대 중반에 함께 자취하며 동고동락한 막역한 동료가 있다. 둘 다 최근에 명퇴했다. 그래서 둘이 작당해 집을 나섰다. 오후 2시에 출발해 목적지인 제주올레 1-1코스 하우목동항에 저녁 7시 안착했다. 집에서 택시 타고 뱅기 타고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시내버스로 1시간 넘게 달려 성산항여객터미널에 도착한 후 마지막으로 15분간 배 타고 소가 드러누워 있다는 우도에 도착했다.
바람, 돌, 여자가 많다고 해서 삼다도라는데 우도에 도착하자마자 바담풍이다. 봄이라고 얇게 입고 왔는데 아름다운 저녁노을 구경은커녕 머리와 옷매무새 간수하기도 힘들다. 숙소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날이 어두워지자 무작정 불빛 있는 곳으로 발길을 내디딘다. 마침 배에서 만난 초로의 부부와 함께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안식처를 찾았다. 수원에서 온 부부는 1주일간 우도에 이어 5코스부터 올레길을 걸을 계획이란다. 그런데 아저씨의 발걸음이 조금 불편해 보였다.
출발 전 우도 배편을 알아보다 제주에 사는 분의 블로그에서 '우도이야기 게스트하우스'가 생각나 전화를 했다. 다행히 하우목동항에서 2km 떨어진 곳이었다. 우도이야기 게스트하우스는 1층은 식당, 2층은 도미토리 형식의 하우스다. 1인당 25,000원, 조식 포함이다.
새로 지은 건물이라 모든 게 산뜻하고 깨끗해서 좋다. 쥔 총각(펜이 눈엔 그케 보임)과 아줌씨가 친절하게 대해줘 좋은 이미지로 남는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방은 대충 구경하고 배낭은 냅다 던졌다. 1층 식당에서 회덮밥과 전복회(겨우 3마리)로 요기를 때우니 부러울 게 없다. 식당 한쪽에서 저녁을 먹던 수원에서 온 초로의 부부는 아저씨 건강상 도미토리가 맞지 않다며 다른 숙소 소개를 부탁했다. 그래서 쥔장의 소개로 옆 동네 숙소로 가시면서 '즐겁게 여행하세요'라며 인사말까지 건네준다. 일부러 버스를 이용해 걷기 여행을 계획하고 부부가 함께 내려온 건데 참 인상에 남는 부부다. 걷다 보면 또 만날 거란 생각이 든다.
"만남! 여행의 또 다른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