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많은 서귀포올레시장
어젯밤 서귀포올레시장에서 군것질로 저녁을 때웠다.
시장은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역시 사람이 모여들어야 사람 사는 맛이 난다.
제주에 도피 생활하면서 종종 방문해 장을 봐왔다.
그런데 이렇게 마음의 여유를 갖고 군것질하며 인파와 함께 시장통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인기 있는 먹거리 가게는 줄을 섰다.
흑돼지 꼬치와 오메기떡, 제주 김밥, 한라봉 주스로 한 끼 식사로는 거뜬했다.
둘이 16,500원에 해결!
제주의 특산품이 즐비하다.
옥돔, 고사리, 한라봉, 천혜향, 이름 모를 생선과 갖가지 가공식품과 채소 등등
단잠에 푹 빠지다
어두워진 이중섭거리를 지나 숙소에 도착했다.
딸이 마련해준 호텔에서 오랜만에 편안한 밤을 보냈다.
조식을 먹고 또 잠을 잤다.
줄기차게 이어진 제주 도피 생활이 빡셌는지 마눌님이나 펜이나 피곤했다.
더군다나 밖은 비바람이 쳐서 어디 나갈 엄두도 나지 않았다.
펜이 부부는 정말 오랜만에 달콤한 휴식에 빠졌다.
오후 4시에 일어나니 언제 비가 왔느냐는 듯 햇볕이 환하게 방안을 비췄다.
창밖 건물 사이로 보이는 서귀포항 바닷가 풍경은 한가롭기 그지없다.
이중섭거리ㆍ생가ㆍ이중섭미술관
간단한 옷차림으로 어슬렁거리며 이중섭거리로 나갔다.
주말이라 관광객들이 거리를 기웃거렸다.
마눌님은 옷가게에서 편하게 입고 다닐 옷을 샀다.
이중섭거리는 새로 짓는 건물 외벽이나 보도블록에 화가의 작품을 아로새겨놨다.
화가 이중섭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초가집처럼 생긴 새(띠, 억새)로 이은 이중섭 화가의 거주지 건물을 방문했다.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1.4평의 단칸방에 4명이 살았다니 펜이 어렸을 때 한 방에서 가족 5명이 지지고 볶으며 살았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바로 옆에 이중섭미술관이 있다.
입장료는 1,500원, 도민은 50% 할인된다.
불운한 시대를 살았던 천재 화가 이중섭(1916~1956)은 한국전쟁 때 제주도에 피난 와서 1년간 살았다.
어린 두 아들과 일본인 아내와 함께 1.4평의 방에 세 들어 몹시 가난하게 지냈다.
고구마와 게를 잡아 끼니를 때우는 삶 속에서도 아이들과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았던 것 같다.
화가가 주로 어린 동심의 세계를 다룬 것을 보면...
그런 가난한 삶 속에서도 아주 힘이 넘치는 강인함의 상징 황소를 그린 것은 현실을 벗어나고픈 또 하나의 희망 사항이 아니었을까...
화가 이중섭의 작품세계를 보며 감상에 젖어든다.
돈이 없어 재료를 제대로 사지 못 했던 화가는 담배 은박지에 그림을 그렸다.
바로 '은지화'다.
낙서 같은 그림에는 제주의 풍경과 동심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손바닥만 한 크기에 이중섭의 정신세계가 녹아들었다.
이중섭은 작품 세계에 빠져 일본인 아내와 잠시 떨어져 지내기도 했다.
또한, 가난에 못 이겨 두 아들을 데리고 일본으로 돌아간 아내와의 애틋한 사랑의 편지가 유독 눈에 띄었다.
그렇게 아내와 떨어져 지낸 이중섭 화가는 작품 생활을 하며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술로 달래다 40세에 요절했다.
천재는 단명하다는데...
2층에는 제주4.3사건 70주년을 맞아 '한마음 한자리' 기획 전시가 있었다.
4.3사건의 연대기와 일어난 배경, 참혹했던 순간들, 없어진 마을터 등 사진과 그림, 글이 방문객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전시는 7월 1일까지 이어진다.
미술관을 나와 이중섭거리를 다시 거꾸로 나와 갈치조림으로 이른 저녁을 먹었다.
서귀포항 새연교와 새섬 산책로
운동도 할 겸 걸어서 서귀포항으로 나섰다.
새연교 주탑을 비추던 태양은 눈 깜짝할 새 구름 너머로 사라졌다.
밤섬 너머로 넘어가는 태양과 구름의 숨바꼭질로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장면은 수평선보다 짙었다.
이런 모습에 펜이는 바다를 사랑하는지 모른다.
새연교를 건너 새섬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는 그 어느 올레보다 못할 게 없었다.
새섬을 거닐며 문득 의문이 생겼다.
'왜 새섬일까?'
'새가 많아서인가...'
의구심은 섬을 한 바퀴 돈 뒤 새연교를 다시 건너와 커다란 간판을 보고서야 알았다.
초가지붕을 덮을 때 주로 쓰는 새(띠, 억새 종류)가 많이 서식하여 '새섬'이라고 한다.
부부가 유유자적하며 산책로를 따라 숲을 걷고 바다를 바라보고 얘기도 하며 사진도 함께 찍고 참 오랜만에 느껴보는 행복감이다.
어제 휴애리자연생활공원에서 본 글귀가 떠오른다.
좋을 때다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