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캘리쌤 Oct 02. 2022

감정의 출발점

감정 철학

이 글은 내담자의 신분을 보호하기 위하여 각색하고 수정해서 실은 것입니다. 이어서 좀 더 구체화하기 위하여 헤르만 헤세 <수레바퀴 아래서> 장편 소설 내용을 조금 연결하여 보았습니다.

    



무의식, 인간 행위의 진정한 장소  -프로이트-  
    

감정이 무엇인가? 무의식의 행동에서 나오는 어떤 마음의 흐름이다. 프로이트는 철학도 인간의 사유 활동이라고 했다. 그 사유라는 것이 어디에서 시작되는 것일까? 바로 무의식에서 시작된다. 사람의 무의식이라는 세계가 존재하는데 스스로는 이 영역을 의식하지 못한다. 이런 무의식의 세계를 알아차리지 못하면 결국 감정이 억압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어느 독서모임에서 '수레바퀴 아래서'라는 책으로 모임을 했다. 주인공 한스의 스토리는 요즘 아이들의 내면 깊은 무의식이 너무나 잘 나타나 있었다. 반항하고 싶지만 반항하지 못하고 억압하는 아이도 있고, 아니면 자신의 욕구대로 표현하여 문제를 일으켜 낙인이 되면서 까지 자신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차라리 문제가 되는 아이가 더 건강하지 않을까?


책의 주인공 한스는 어릴 적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와 살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한스는 착한 아들이 되어야 했다. 아버지는 외아들인 한스가 재능이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하자 모든 것을 투자하기로 했다. 보통 아버지들의 꿈이지 않을까? 귀족 가문들의 자녀가 치르는 <주 시험>을 치르게 하기 위해 공부를 지나치게 많이 시켰다. 지나치다는 것은 아들의 반응으로 알 수 있었다. 한스는 가슴이 답답했다. 왜 이렇게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단 말인가. <주 시험>에 떨어지면 어떡하지? 온갖 걱정이 되었다. 아버지한테 반항하지도 대들지도 못했다. 나를 위해서 투자하는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청소년들의 특징이 이분법으로 나누어진다. 좋으면 아주 좋고, 힘들면 모든 것을 포기하려는 특징이 나타난다. 내가 소개할 아이도 이분법이 적용된 것이다. 나이는 열여섯 살이고 이름은 공수(여)였다. 공수는 부유한 가정에서 남부럽지 않은 사랑을 받으며 자라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와 살고 있었다. 어머니도 남편의 부재로 삶이 버거웠다. 자녀 4명을 키우자니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그래서 큰딸을 부여잡을 수밖에 없었다. 공수가 말없이 학교를 잘 다니며 공부도 아주 잘했다. 어느 날 정서심리검사를 통해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다. 어머니의 꿈이 무너지는 듯 하였다.


잘하던 아이가 삐딱선을 타면 모든 이의 시선이 집중되듯이 공수도 마찬가지다. 부모 및 친구들의 시선이 집중되자 스스로 졸아 드는 느낌이 들었고 매일 만나야 되는 사람들을 슬슬 피하기 시작했다. 공수는 공부를 포기하고 등교 거부라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감행하게 됐다. 이유는 지금까지 쌓인 것이 터진 것이다.     

 

억압되어온 사건들이 하나씩 떠 오른다. 

잠시만 쉬어도 "왜 공부 안 하니?" 

"성적 이거 가지고 고등학교 가겠니?" 

"공부하기 싫으면 너 죽고 나 죽자." 

"동생들한테 본이 되어야지" 등 생각할수록 억울함이 올라온다. 

‘나도 이제부터 자유를 만끽하고 싶다. 어머니의 잔소리에 숨통이 막힌다. 더 이상 나를 가두지 마라. 

     

한스와 공수는 부모의 극성스러운 공부 집착에 자신들이 설 자리가 좁아진 것이다. 좁아진다는 것은 어른들과 소통을 하지 않겠다고 문을 닫아 버리는 것이다. 청소년들의 예민한 시기에 부모들의 반응이 이 지경이 되도록 만든 것이다. 어떤 상처가 있다면 그 부위만 치료하면 되는 것이 있고, 또 깊은 상처는 온몸 전체를 다스려 주면서 치료해야 되기 때문에 가족들의 심리도 살펴봐야 한다. 이쯤에서 생각해 보자.  




어머니는 왜 과잉으로 자녀에게 집착하는 것일까? 어린 시절에 너무나 가난하게 살다 보니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았다고 느끼게 되었다. 몸이 생존하지 못할까 봐 두려웠고, 또 버림받을까 봐 너무 두려웠기 때문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으려면 다른 뭔가를 붙잡아야 했다. 그래서 큰딸을 붙들고 집착하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어린 시절에 역기능적인 가정에서 자라면서 장녀로서 큰 책임감을 가지고 살았기에 더 집착하게 된 것이다. 이제 잘 살아 보려고 몸부림 치는 중이다. 부부간에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면 부모는 자녀에게 집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상담의 대가인 프로이트의 가족도 마찬가지다. 아버지가 재혼하면서 복합 가정이 되었다. 아버지는 오로지 프로이트에게만 관심을 두고 투자를 했다. 가족 수가 많아지면서 프로이트는 형제들 간에 역기능적 갈등 상황과 가족들의 심리를 파악하게 되었다. 이것이 세상에 내어 놓은 정신분석 무의식 이론이다. 빙산의 일각인 의식으로 우리는 세상을 살아갈 뿐이다.  

    

공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느껴보아라. 어머니는 절대 조급해서는 안된다. 16년을 키웠으니 16년을 더 버텨야 한다. 공수가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도록 그렇게 말이다. 느긋함을 테스트라도 하듯이 바라봐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6개월 동안 상담을 하면서 별로 한 것이 없다. 그저 지켜보면서 서로 소통한 것 밖에 없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니 지금은 아주 조금씩 신뢰가 쌓이고 마음의 문을 여는 중이다. 조급함은 모든 것을 망치게 된다.    

  

부모의 무의식에서 나오는 감정들로 자녀를 아직도 휘두를 것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