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내담자의 신분을 보호하기 위하여 각색하고 수정해서 실은 것입니다. 이어서 좀 더 구체화하기 위하여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 외짝 신 이야기 "에서조금 발췌하여 상담자의 눈으로 보면서 연결하여 보았습니다
펠리아스왕(숙부)은 조카 이아손이 펠리온산에서 15년 동안 무술을 연마하고 나라를 되찾기 위해 내려온 줄 꿈에도 몰랐다. 펠리온산에서 이올코스로 들어가는 길목에 건너지 않으면 안 되는 강이 하나 있었다. 그곳에서 할머니가 도와 달라고 한다. 할머니가 당차게 말을 하니까 무심코 지나갈 수가 없었다. 이아손은 마지못해 할머니를 등에 업고 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이아손은 점점 할머니가 무겁다는 생각에 휘청거리니까 할머니가 호통을 쳤다. 이아손은 얼떨결에 신발 한 짝을 잃어버렸다. 당황하여 어쩔 줄을 몰라하는데 할머니는 계속 재촉을 하였고 이아손은 참아야만 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강둑에 할머니가 벌써 앉아 있었다. 깜짝 놀라 발을 보니 신발 한 짝만 온 데 간데 없이 사라졌다. 그 할머니가 바로 헤라 여신이었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중에서, (p19 ~ 39).
헤라 여신이 왜 이아손에게 나타나 이렇게 테스트를 하는 것일까? 어떤 난관에도 잘 견디는지 확인을 해야 자신의 신전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인가? 헤라의 계획은 알 수 없었다. 이어서 오늘의 주인공 이름은 민호, 나이는 17세, 가족은 새아빠, 이복 여동생이 있다. 민호는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마음 붙일 곳이 없었다. 왜냐하면 이복 여동생이 부모님과 거리낌 없이 잘 지내기 때문이다. 민호는 자기도 모르게 가족의 눈치를 보는 편이다. 어떤 때는 차라리 엄마 혼자였더라면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아손이 강을 건널 때 우연찮게 할머니가 기다리고 있듯이, 민호의 인생에서 강을 건너려고 하는데 최대 난관은 무엇일까?
고등학교 입학하고 1주일 되었을 때 민호의 신발 한 짝이 온 데 간데 없이 사라졌다. 다시 말하면 신발을 벗으면 누군가 와서 순식간에 낚아채 버리는 것이다. 처음에는 장난으로 넘기려고 했는데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다시 시험 끝나는 날 신발 끈을 풀어서 신으려고 하는 순간 두 명이 와서 또 신발 한 짝을 가지고 도망갔다. 어리둥절해하는 민호의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sns에 노출시켰다. 그때 너무 슬펐다고 했다. 민호의 마음에는 “내가 조용히 있으면 큰일이 벌어지지 않겠지.” 하면서 참았다고 했다. 외짝 신 사나이 이아손도 신발 한 짝보다 할머니의 호통이 두려웠던 것처럼, 민호도 이런 일로 부모님이 실망할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어느 날 느닷없이 3명이 오더니 주먹을 불끈 쥐고 민호의 얼굴을 때렸다. 그리고 그들은 줄행랑을 치면서 도망갔다. 민호가 손으로 코를 만져보니 코 안쪽이 정말 쓰리고 아팠다. 그만 쓰러졌다.
"이게 웬일이냐? 에구머니 우리 아들 누가 이렇게 코뼈를 부려 뜨렸나?"
담임 전화에 화들짝 놀라면서 급히 어머니가 병원에 도착했다.
"계단 내려오다가 넘어졌어 엄마. 괜찮아... "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코에서 끈적거리는 피, 코 상태가 예사롭지 않았다.
"이렇게 만든 놈 당장 민호 앞으로 끌고 와야지."
그제야 민호가 엄마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펑펑 쏟으며 울기 시작했다.
"엄마 나도 그 친구들 죽여 버리고 싶었어. 잡히기만 하면..."
이번 일을 계기로 친구들을 병원으로 불렀다. 민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싹싹 빌었다. 친구들은 그제야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민호에게 사과를 했다. 민호는 안도의 숨을 쉬게 되었다. 그때 새아빠도 그동안 민호의 눈치만 보면서 냉담했었는데 이제는 따뜻한 손길을 뻗어 주었다.
“아빠는 항상 민호 편이야. 지금까지 너무 무심해서 미안해, 이제 잘해 보자.”
민호는 쑥스러워하면서 용기 내어 말했다.
"저도 앞으로 잘할게요. 아빠"
기어 들어가는 소리로 "아~~ 빠"라고 불렀다.
"놀림을 당하는 건 전적으로 민호의 잘못만은 아니야. 앞으로 우리가 지켜 줄게"
민호는 가족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사실 민호 자신도 꽤 활달하고 매사에 양명하였다. 그런데 신학기만 되면 묘한 자격지심으로 친구들 앞에서 항상 기가 죽고 주눅이 들고 쑥스러워했다. 이것이 바로 프로이트가 말하는 무의식에서 나온 것이다.
신발을 숨기면서 놀린 친구들이나, 민호가 신발 한 짝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 움직인 것이나, 이아손이 잃어버린 신발 한 짝이나 다 같은 의미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각 처소에서 신발 사건으로 인하여 어떤 의미를 깨우쳐 주기 위한 하나의 제스처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개인상담과 가족상담으로 민호를 도와주었고 가족체계도 바로 잡을 수 있었다. 민호도 이 기회에 친구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배웠고, 가족의 사랑도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잃어버린 신발 한 짝의 번민은우리의 삶에 늘 도사리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