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글쓰기(4)
"역사를 쓰는 건 펜을 쥔 자다" - 콜레트(프랑스의 여성작가)
영화는 나의 감수성을 키우는 글쓰기 교사다. 영화를 보면서 나는 자주 메모를 한다. 영화의 명대사를 적거나 떠오른 주제나 의미 있는 모습을 기록해놓는다. 좋은 영화가 세상을 바꾸듯이 나의 관심사와 타인의 삶에 대한 공감이 영화와 연결될 때 좋은 글쓰기 재료가 된다.
올해 상반기 때 '다사방 챌린지'(다정한 사람들의 모임)를 진행했다. 10일 챌린지로, 영화에 나오는 명대사와 관련된 질문을 카드 뉴스에 담아 채팅방에 올리면 각자 카페에 글을 올리는 형식이다. 문우들은 살면서 쉽게 지나쳤던 부분들을 꺼내서 다시 고민해 보고, 꼬질꼬질한 기억들을 끌어내어 반듯하게 다림질을 해서 과제로 제출한다. 글쓰기 모임이 끝나면 늘 두 가지 감정이 공존한다. 뿌듯함과 아쉬움이다. 짧은 기간의 챌린지라 자신의 마음 문을 못 열고 중도에 포기하거나 글을 쓰지 않은 분들도 있다. 그러나 글을 꾸준히 쓴 분들은 나머지 사람들과 격차가 생긴다. 왜냐하면 자신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고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볼 용기가 생겼기 때문이다. 당신은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가?
이번 글쓰기를 준비하면서 영화 속에 나타난 여성작가들의 삶을 찾아보고, 지금 이 시대에 작가로 살아갈 사람들의 사명에 대해 고민하고 싶었다. 먼저 인터넷에서 자료를 검색하고, 도서관에서 영화 관련 책도 빌렸다. 여성작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소개하자면, '비커밍 제인', '콜레트', '마이뉴욕다이어리', '미스 포터', '실비아' 등이다. 1800년대~1900년대에 여성작가로 살아가는 길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파란만장한 그녀들의 이야기는 예비 작가의 길을 가고자 하는 우리에게 영감을 준다.
최근에 넷플릭스에 올라온 '조용한 희망'이라는 미드를 재미있게 보았다. 10회 차의 긴 드라마였지만 늦게까지 정주행 할 수 있었던 것은 스토리가 탄탄해서이다. 대학에 들어가 작가가 되길 꿈꾸었던 '알렉스'는 '숀'을 만나 '매디'를 낳게 되면서 학교를 다니지 못한다. 그녀는 '숀'의 정서적 학대로 '매디'에게 위험이 생길 수 있을까 봐 도망쳐 나오고, '쉼터'에 들어간다. 양육권을 가지려면 그녀에게 직업이 필요했다. 그녀의 직업은 파출부이다. 파출부를 하면서 많은 시련을 겪지만, '알렉스'는 매일 글로 기록해 나간다. 자신의 꿈을 지키는 것이 딸을 지키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녀의 글을 대학교에 보냈는데 결국 장학금을 받게 되어 입학한다. '알렉스'에게 글쓰기는 어떤 의미였을까? 그녀에게 '희망(HOPE)'이었다. 글쓰기는 지하 깊숙한 곳에 머물던 그녀를 구해준 구원의 도구였다. 그녀가 지내온 상처와 아픔은 글로 표현되어 아름다운 별로 빛나고 있다.
글쓰기가 '알렉스'에게 버팀목이 되었던 것처럼 매일 일기를 쓰든 적는 것 자체만으로 우리의 삶의 무게는 가벼워질 수 있다. 물론 무작정 기록만 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신기루 같은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내가 보고, 듣고, 읽은 것을 생각해 보고 기록하고 자신의 말로 적어본다는 것, 그것과 연결해서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그런 ‘쓰기’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알렉스'는 쉼터에서 글쓰기 모임을 진행했다. 비슷한 아픔을 가진 그녀들에게 왜 글쓰기가 필요한지 말해준다.
"글을 쓰는 건 내 감정에 대해 솔직해지는 겁니다. 때로는 내가 느끼는 감정을 이해하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해요... 진실은 입으로 말하는 것보다 글로 쓰는 게 훨씬 쉽더군요. 당신의 글은 빼앗아 갈 수 없어요. 당신이나 당신 말이 틀렸다고 할 사람은 없어요..... 당신 것이니까.. "
글쓰기를 방해하는 최대의 적은 무엇일까? 게으름과 용기 부족이라 생각한다. 매일 시간을 정해 글쓰기를 하고, 주제를 정해 한 편의 글을 써보는 것이다. 글쓰기 자료도 찾아보고 어떻게 쓸지 고민도 해본다. 이 과정을 거치다 보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 떠오른다. 좋은 글을 쓰고 싶다면 나를 정직하게 살피고, 나를 실험해 보고, 진정 내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된다면 엄청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당신이 아는 것을 써라"라는 말 대신, 아리스토텔레스는 당신이 진심으로 느낀 것, 곧 가슴으로 느끼고 체험한 것을 쓰라고 말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쓰려면 그 삶 속에 녹아져 있는 다양한 스토리가 글을 읽는 사람의 가치를 우선하는 이타적인 마음이 담긴 글을 써야 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책과 영화를 통해 따뜻한 위로를 받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내가 받은 위로를 다른 사람과 유통하고 싶다. 누군가에게 다정한 편지로, 멘토로 더 나아가서는 희망의 글을 전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이제 내가 돌려줄 차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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