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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rnweh Apr 08. 2021

PROLOGUE

분란서 紛亂, 書/ 불란서 [佛蘭西]

PROLOGUE

 

분란서(紛亂, 書) - 어수선하고 소란스러운 일에 관한 기록.

[불란서] 1) 분란서의 발음 - ‘분’의 종성 ㄴ이 ‘란’의 초성 ㄹ에 역행동화됨.

       2) 프랑스[佛蘭西]의 음역어.   



막장이 대세란다. 금요일이면 <펜트하우스>를 본방 사수해야 한다는 지인이 늘어만 간다. (글을 편집 중인 지금 방영되고 있는 시즌 3의 인기는 좀 식었지만.) 학창 시절 내 청춘을 다 바친 1세대 아이돌 그룹 S.E.S.의 ‘E’를 담당한 유진이 나온다지만, 차마 ‘흑화’한 요정을 받아들일 수 없어 보고 싶은 마음이 별로 들지 않았다. 그래도 내용이 궁금할 때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편집본을 보기는 했다. 


막장이란 말에 파리에서 살던 1년이 떠올랐다. 느지막한 나이에 오른 파리로의 어학연수. 오랜 꿈으로만 간직하려다 실행에 옮겨서인지 그 1년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막장이라니. 호시절과는 썩 어울리지 않는 단어 아닌가. 이게 다 멋모르고 덥석 파리 10구의 한 아파트에 입주해버린 내 탓이다. 하루하루는 너무 좋았는데 하루를 마치고 돌아온 내 방에는 입주 당시에는 보이지 않던 막장의 알고리즘이 피곤한 몸을 누이려는 나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물론 드라마에서처럼 폭력과 살인이 난무하는 어마어마한 이야기는 아니다. 등장인물도 옆방에 살던 룸메이트와 집주인이 다다. 거기다 나는 사이코패스의 면모를 보이며 남을 짓밟는 주단태도, 자기 이익을 위해 후안무치를 일삼는 천서진도 아니어서 막장에 대항한 거라곤 고작 작은 분란을 일으킨 게 전부다. 마침 분란의 발음이 ‘불란’이 되니 프랑스(그러니까 ‘불란’서)에서 겪은 1년간의 분란을 기록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펜트하우스>에 비하자면 잽도 안 되는 스케일이지만 어쨌거나 내 방을 둘러싸고 펼쳐진 막장 스토리도 그 나름의 ‘욕하면서 볼 만한’ 재미는 있을 듯해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한다.



*브런치에서 연재했던 <분란서, 불란서>는 이제 밀리의서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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