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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연 Jul 28. 2019

누난 여전히 '상배 누나'

만약과 후회는 떼려야 뗄 수 없지만


상배야, 널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땐 너를 안고 희망을 가질 거야




인간은 알 수 없는 존재다. 곁에 있을 땐 그 소중함을 알지 못하고 꼭 떠나야만 존재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나에게 있어 고양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지만, 고양이가 마음속에 들어온 순간부터 그들과 나 사이엔 끊을 수 없는 무언가가 존재함을 느끼게 되었다.


죽음은 갑작스레 찾아왔다. 영하 12도까지 떨어지던 한파가 계속되던 날, 상배는 떠났다. 하루 종일 잠만 자는 상배를 보며 나이가 많아 그저 피곤한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다. 돌이켜보면 상배는 온몸으로 내게 마지막을 말하고 있었는데 나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다. 하루 동안 잠만 자던 상배는 그날 새벽 조용히 곁을 떠났다. 상배가 떠난 후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죽음 자체에 대한 원망보단 나에 대한 원망과 상배를 향한 미안함이 짙게 밴 울음이었다. 눈이 퉁퉁 붓고 쌍꺼풀이 사라질 때까지 울고 또 울었다. 해가 뜨고 다음 날이 되는 날까지 울다 문득 생각했다.


나는 정말 상배가 죽을 걸 몰랐던 걸까


돌이켜보면 나는 상배의 죽음을 예상하고 있었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던 그 날, 그러니까 상배를 처음 만난 그 골목에서부터 나는 상배의 죽음을 예상하고 있었다. 상배의 첫 모습은 여전히 생생하다. 온몸에 오물을 묻힌 채 턱끝까지 침을 흘리던. 그런 와중에도 사람만 보면 꼬리를 바짝 세우고 따라가던 그 모습을. 상배는 누가 봐도 아픈 아이였고 누가 봐도 버려진 아이였다. 나는 그런 상배가 안쓰러워 물티슈와 사료를 챙겨 상배에게 갔고 상배는 밥보다도 내 손길을 더 좋아했다. 그 순간 나는 생각했다. 어차피 죽을 아이라면 사람 곁에서 죽는 게 좋지 않을까.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상배를 품에 안아 집으로 데려왔고  그날부터 상배는 우리 집 막내아들이 되었다. 상배는나날이 건강해졌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제 구내염도 낫고 건강도 많이 좋아졌구나, 안심할 무렵 불행은 찾아왔다.


상배를 잃고 생각했다. 상배를 데려오던 날, 내가 너를 보며 죽음을 생각하지 않았더라면 너는 좀 더 오래 살 수 있었을까 하고. 아픈 너를 보며 죽음을 떠올렸기에 네가 죽은 건 아닐까, 그때 내가 너를 보며 낫게 해 줘야겠다 생각했으면 너는 좀 더 오래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후회한다 해도 그때로 돌아갈 수 없고 달라지는 것 역시 없지만, 상배를 생각하면 자꾸만 '만약'을 떠올리게 됐다.


이젠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고 후회는 그저 또 다른 후회를 낳을 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만약'이 가진 또 다른 희망을 꿈꾸고 있다.



골목 걷는 걸 좋아하던 상배, 걷다 쉬는 중 ฅ^._.^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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