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아야 할 기억

마흔일곱

by 목연





2014년 4월 16일. 그 날은 내 생일 2주 전이었다. 고등학교 첫 중간고사를 앞둔 때였고 따뜻한 햇살과 찬기 어린 바람이 불던 날이었다. 아이들은 내신 성적을 위해 쉬는 시간에도 책을 덮지 않았다. 너무 밝지도 흐리지도 않던 하늘과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던 바람. 나는 좁게 열린 창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을 좋아했다.


첫 교시가 끝나고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수학여행 가는 고등학생과 일반인 여럿을 태운 배가 침몰했다는 기사가 뉴스 화면을 가득 채웠다. 실시간 검색어엔 ‘세월호’, ‘단원고’가 있었고 2교시가 되었을 때 선생님은 모두 구조했다는 소식을 우리에게 전했다. 선생님의 말에 나를 비롯한 반 아이들은 다행이라 생각했고 말했다. 2교시가 끝나고 휴대폰을 다시 꺼냈을 때, 선생님의 말과 다른 기사가 떴다. 3교시가 끝났을 때에도 그랬고 점심시간이 지난 후에도 그랬다. 전원 구조라던 기사는 어느새 보이지 않았다. 나는 나의 기억을 의심했다.


야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뉴스가 흘러나왔다. 아나운서는 단원고 학생 여럿이 배에서 나오지 못했다는 말을 전했고, 배에 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민간어선까지 나섰다는 소식을 전했다. 버스 안엔 깊은 침묵이 흘렀다. 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모두 무사하기를 기도했다.


시험이 다 되도록, 내 생일이 지나도록 세월호 참사에 대한 소식이 이어졌다. 언론과 사람들은 배가 침몰했을 당시 대통령과 해경은 무얼 했느냐 따져물었고, 유가족들은 진도항에서 돌아오지 못한 가족을 목 놓아 불렀다. 배가 침몰하던 당시 모습이 담긴 영상엔, 구명조끼를 입은 아이들이 구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살고 싶다고 외쳤고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사랑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그대로 있으라’는 안내 방송을 따랐고, 배를 지켜야 할 사람들은 떠났다. 수많은 죽음 앞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나는 그저 그들을 추모하는 리본을 가방에 달았다. 제대로 된 수사를 요청하는 청원에 ‘동의합니다’를 적었고 그것을 잊지 않으려 했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 세월호 7주기가 되었다. 누군가는 세월호 참사를 두고 정치적인 견해를 펼치고, 누군가는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냐 말한다. 우리는 흔히 죽음을 끝이라고 생각하지만 죽음은 끝이 아닌 영원이다. 내 옆의 사람이 떠났을 때, 우리는 남는다. 모든 것이 그대로인 그곳에 그 사람만 없다. 그렇기에 죽음은 죽지 않고 우리 곁에 남아 아주 조용히 맴돈다. 조용히 맴도는 죽음에 추모가 아닌 다른 마음은 불필요에 가깝다.


잊지 않아야 한다. 오래도록 기억해야 하고 내 몸에 붙은 살처럼 여겨야 한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타인을, 살았다면 나보다 한 살 많았을 그들을, 그들을 구하기 위해 몇 번이고 잠수했던 사람들을,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사람을 사랑하는 일(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