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진희X다른몸들 기획, 동아시아
"우리 사회에 자리한 돌봄의 위치를 통해 돌봄의 의미를 다시 정하고,
우리에게 돌봄이 필요한 이유를 다양한 이들의 시선과 시각에서 말하는 책"
글 : 김창엽, 김현미, 박목우, 백영경, 안숙영, 엄윤선, 오승은, 전근배, 정희진, 조한진희, 채효정
출판사 : 동아시아
판형 : 135*215mm
장정 : 무선
쪽수 : 348쪽
가격 : 17,000원
출간일 : 2022년 8월 5일
분야 : 사회과학 도서
※서지사항은 도서 판권면 및 알라딘 기본 정보를 참고함
♥ 추천 독자
✔ ‘돌봄’ 혹은 ‘돌봄 노동’에 대해 관심이 있으나 그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사람
✔ ‘돌봄’이 단지 신체적인 불편함을 가진 사람에게만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 다양한 모습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일상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
의존과 돌봄의 차이는 무엇일까. 의존의 사전적 정의는 ‘다른 것에 의지하여 존재함’이고, 돌봄의 사전적 정의(정확히는 ‘돌보다’)는 ‘관심을 가지고 보살피다’이다. 두 단어는 한 사람 아닌 두 사람을 필요로 하고 손을 뻗어 도움을 주는 이와 그 손을 잡아 도움 받는 이가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동시에 단어가 가지는 뉘앙스가 다르다는 차이점이 있다.
돌봄과 달리 ‘의존’에는 어느 정도 부정적인 의미가 들어 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내게 의지하라.”고 하지 “내게 의존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반면 ‘돌봄’, ‘돌보다’엔 인류애와 사랑, 애정, 따스함과 같은 긍정적인 의미가 들어 있다. 무언가를 주체적으로 보살피는 돌봄과 달리 의존은 타인에게 기댄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뉘앙스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무언가를 돌보기 위해서 돌봄을 받는 대상은 돌봄을 주는 주체에게 의존해야 하고, 의존과 보살핌이 공존할 때 돌봄은 제 자리를 지킬 수 있다.
『돌봄이 돌보는 세계』는 ‘돌봄(돌봄 노동)’을 주제로 총 열 한 명의 저자가 공동으로 써내려간 책이다. 질병과 정신장애, 장애와 권리, 노동과 의료, 교육과 젠더, 혁명과 이주, 탈성장의 목차를 가진 이 책은 우리 사회에서 ‘돌봄’이 자리한 위치와 ‘돌봄’이 받는 대우를, ‘돌봄이 필요하지 않은 몸’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의 시선 반대에서 서술하고 보여준다.
p.25 이렇듯 인간이라면 기본적으로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여겨지는 일들도 손상된 몸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큰 도전이다. 그것을 해내지 못하는 스스로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자신의 생을 존엄하게 여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현재 한국사회에서는 제도 내 장애인으로의 편입이다.
p.44 주디 챔벌린은 말한다. ‘문제를 전문가들에게 떠넘기지 말고, 사랑하기도 하고 두려워하기도 하며 자신을 위해 근심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공간에서 돌봄받아야 한다’고.
p.163 사회적 돌봄은 ‘엄마’의 확장이나 돌봄 이용자와 노동자 간의 개별 관계가 아니라, 우리 사회를 유지하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는 사회적 관계이자 사회적 실천, 그 자체로 조망되어야 한다.
p.257 이제까지 보살핌노동이 낮은 지위에 머물러 온 것은 이를 사적인 영역에 제한하고, 여성의 역할이라는 뿌리 깊은 고정 관념에 맡기고 방관해 온 결과이다. 돌봄의 가치는 남녀 중 누가 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보살핌 윤리학은 경쟁, 계약, 합리성 등 획일적이고 폭력저긴 기존의 사회규범에 돌봄도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p.304 돌봄권은 돌봄을 행하고, 돌봄을 받고, 돌봄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를 포함한다.
『돌봄이 돌보는 세계』는 한국사회에서의 장애인의 위치에서부터 시작해 탈성장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담론에까지 뻗어간다. ‘돌봄이 돌보는 세계’는 곧 각 개인이 서로에게 언제든지 의지하고 의존할 수 있는 세상이며, 그것이 가능한 세계이다. 그러한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나와 다른 몸’에 대한 인지가 필요하고 탁상공론 대신 그들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시도, 노력이 필요하다. 나아가 자본주의 체제 하에 이루어지는 불평등, 국가 내에서 뿐만 아니라 국가 외에까지 뻗어나가는 그 불평등에 대해서도 우리는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 인간은 끝내 홀로 태어나 홀로 살 수 없는 존재이므로, 인간은 다른 인간과 대화하고 화합하며 살아야 한다.
“자립은 ‘의존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의존할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세상이 장애인용으로 되어 있지 않으니 장애인은 의존할 수 있는 것이 무척 적습니다. 장애인이 너무 의존하는 게 아니라 의존할 게 부족하기 때문에 자립이 어려운 겁니다. 인간은 약함을 서로 보충하고 의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면서 강해졌어요.”
의존은 한 인간을 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한다. 어린 시절 우리가 부모에게 의존하였듯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의존은 한 인간이 점점 자라며, 사회가 복잡해지며 귀찮은 것, 빨리 벗어나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본문에서도 말했듯 인간은 서로가 서로에게 의존해야 하는 존재이고 그렇기에 강해질 수 있다. 인간을 인간으로 살아가게 하는 의존이, 돌봄이 단지 특정 성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자체가 그러한 안전망이 될 수 있길 바란다.
수많은 개인이 개인, 나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무수한 손과 도움, 배려와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너와 나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 대신
너와 나 사이에 존재하는 같음을 바라보는 세상이 되길 바랍니다.
여름의 독서 일기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