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렉 이건, 허블
저자 : 그렉 이건
옮긴이 : 김상훈
출판사 : 허블
판형 : 145*212mm
쪽수 : 532쪽
가격 : 18,500원
출간일 : 2022년 8월 16일
분야 : 해외문학
※서지사항은 도서 판권면 및 알라딘 기본 정보를 참고함
♥ 추천 독자
✔ SF 장르를 사랑하는 사람
✔ 발전하는 과학 기술 속 인간의 위치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
✔ 과학적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
인간 존재에 대한 탐구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누군가는 생물학적인 연구를 통해 인간 존재에 대한 탐구를 진행하고 누군가는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 존재를 바라보기도 한다. 인간 존재에 대한 탐구는 누가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인간 존재를 탐구하는 인간은 무수한 답이 존재하는 그 과정을 아주 오래 밟아간다.
SF는 과학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소설이다. 과학과 기술은 인간에 의해 발견된 것이기도 하지만 인간에 의해 발명되는 것이기도 하다. 발견과 발명이 공존하는 과학 기술 속에서 인간의 상상력은 피어나고, 이 속에서 인간 존재에 대한 탐구를 이어가는 창작자도 있다.
『내가 행복한 이유』는 그렉 이건의 소설집으로 총 열한 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과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인간 존재에 대한 탐구를 놓지 않는 그렉 이건은 과학 기술이 고도로 발전한 세상에 인간을 던져 놓음으로써 인간 존재에 대한 탐구를 시작한다. 그 속에서 인간은 사고로 신체 대다수를 잃은 배우자의 뇌를 자궁 속에 품기도 하고(<적절한 사랑>), 미래의 자신에게 편지를 보내기도 한다(<100광년 일기>). 과학 기술이 고도로 발전한 세상과 그곳에서 인간이 가지는 위치에 대한 탐구, 인간의 선택에 대한 그의 상상력은 곧 그의 소설이 지향하는 바가 된다.
p.173 나는 생각한다. 무한한 세계 집합들 중 얼마나 많은 곳에서 나는 한 걸음을 더 디디게 될까? 그리고 얼마나 무수히 많은 버전의 내가 앞으로 나아가는 대신 뒤로 돌아 이 방에서 나갈까? 어차피 내가 모든 가능한 방식으로 살고, 모든 가능한 방식으로 죽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지금, 죽음을 감수하더라도 치욕에서 구해내려고 하는 존재는 도대체 누구일까? 나다.
p.236 나 자신에게 충실하다는 것은 서로 상반되는 모든 충동들과 동거하며, 머릿속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목소리들의 존재를 감수하고, 혼란과 자기 회의를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확신이 주는 자유를 맛본 지금, 그것 없이는 더 이상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p.246 그러나 보석은 죽지 않는다. 핵폭발의 중심에라도 던지지 않는 이상, 10억 년이라도 멀쩡하게 지속될 수 있는 것이다. 부모님은 기계였다. 부모님은 신이 됐다. 딱히 특별한 일은 아니다. 그리고 나는 그런 그들을 증오했다.
그렉 이건의 소설은 조금 불편하고 어렵다. 그가 쓰는 소설은 과학적 상상력 이전에 과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한다. 그는 과학적 상상력을 토대로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기에 앞서 과학적 이론을 가져오고, 그 위에 인간 존재에 대한 탐구를 얹은 후 상상력을 더한다. 그렇기에 그렉 이건의 소설은 어렵고 복잡하다.
어렵고 복잡한 그의 소설은 ‘읽기’ 과정을 거치며 머릿속에 여러 개의 세계를 만들어낸다. 과학 기술이 고도로 발전한 세상에서 인간은 그것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동시에 나를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 속에서 작가는 인간의 뇌에 집중하고 인간이 정말 선택할 수 있는 것, 선택하는 것 혹은 선택했다고 믿는 것을 뒤섞는다. (이 지점에서 작가는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건 크지 않거나 실은 하나도 없었다는 걸, 작품이 끝난 후에 깨닫게 한다)
-
‘과학적 상상력’이 ‘허구적 상상력’과 동일시되어 문학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SF는, 이제 더 이상 문학의 하위 장르가 아닌 문학과 대등하게 놓이는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 이 속에서 작가들의 과학적 상상력은 더욱 깊어지고 그것들이 가지는 깊이 역시 깊어지게 되었다.
《내가 행복한 이유》에 수록된 작품 중 다수는 20년도 더 된 그의 초창기 작품들이다. 그의 작품을 고전문학이라 말할 수는 없겠지만, 20년 전에 그가 했던 상상과 고민이 지금의 것, 미래의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발전하는 과학 기술 속 인간의 위치는 어디에 놓일 것이며 그 속에서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사뭇 궁금해진다.
인간의 상상력은 끝이 없고
인간이 발견/발명한 과학 기술과 원리는
다양한 곳에 적용되어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합니다.
슴씀의 독서 일기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