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호, 마음산책
저자 : 이기호
출판사 : 마음산책
판형 : 128*185mm
장정 : 양장
쪽수 : 320쪽
출간일 : 2022년 9월 25일
분야 : 한국소설
※서지사항은 마음산책에 업로드된 보도자료 및 알라딘 기본정보를 참고함
※마음산책 도서 - 문학의 공간 - 눈감지 마라 (maumsan.com)
♥ 추천 독자
✔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사랑하고 싶은 사람
✔ 없는 자들끼리의 연대를 믿고 지지하는 사람
✔ 짧은 호흡의 소설을 선호하는 사람
✔ 연작 소설을 접해보지 않은 사람
소설의 존재 가치는 어디에 있을까. 누군가는 재미를 위해 소설을 읽고 누군가는 사유를 위해 소설을 읽는다. 누군가는 단지 지난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소설을 읽고 나는 내가 보지 못한 세상의 어느 면을 보기 위해 소설을 읽는다.
어떤 소설은 그 자체로 재미있지만, 어떤 소설은 그 자체로 불편할 때가 있다. 모두 보았지만 말하지 않는 것을 말할 때 그렇고, 잘못된 걸 알면서도 넘어갔던 것을 누군가 짚을 때 그러하다. 이십대에게 닥친 경제적 어려움과 한국 사회에서의 ‘지방러’, 없는 자들이 더 없는 자들의 것을 빼앗을 수밖에 없는 구조와 해결되지 못한 채 비슷하게 반복되는 사회 문제는 알아야 하지만 모른 척하고 싶은 것들이다. 소설은 때로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척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한 편의 이야기가 되어 세상이 숨기고자 하는 면을 바라보게 한다.
이기호 소설가의 《눈감지 마라》는 5년 동안 한 일간지에 연재한 소설을 엮은 연작 소설집이자 ‘지방’과 ‘청년’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 담긴 책이다. 소설에는 지방의 한 사립대를 갓 졸업한 진만과 정용이 등장한다. 이십대 중반의 둘은 월세를 아끼기 위해 같은 집에서 살며,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계를 유지한다. 노동으로 시작해 지친 몸으로 마무리되는 그들의 하루는 고단하지만, 그들은 자신과 삶을 책임지기 위해 노력한다. 작가는 진만과 정용이라는 두 인물과 그들의 눈을 통해 이 사회에 존재하는 각기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p.141 진만은 생각했다. 왜 없는 사람끼리 서로 받아내려고 애쓰는가? 왜 없는 사람끼리만 서로 물고 물려 있는가? 우리가 뭐 뱀인가?
p.208 정용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한편으론 ‘자가 격리’라는 단어가 참 이상한 말이라는 생각을 했다. 자기 집도 없고, 자기만의 방도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자가 격리를 하는가? 뭐, 마음으로 하는 건가?
p.242 정용은 지금 진만의 수중에 25만 원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남들은 몇억 원씩 되는 아파트를 영혼까지 끌어 마련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진만의 영혼은 과연 어떤 영혼인가? 무슨 다이소 같은 영혼인가? 다이소에서 파는 5천 원짜리 지갑에 깃든 영혼인가?
진만과 정용은 흔하디흔한 이십대 중반의 청년이지만 동시에 흔하지 않은 청년이기도 하다. 지방의 한 사립대를 졸업한 둘은 그렇다 할 스펙 하나 없지만,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려 하고 가족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런 그들의 하루 속엔 잔잔하지만 매일 다른 일들이 일어난다. 가령 편의점 야간 알바를 하는 정용이 여자 고등학생들의 치마 속을 찍는 남자의 불법 촬영 현장을 목격한다거나 온갖 잡다한 것을 파는 할머니를 무시하지 못해 고사리를 잔뜩 사들고 온 진만의 마음이라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소설 속에서 작가가 그려내는 인물은 청년을 비롯한 취약계층, 거리에서 한 번쯤은 봤을 법한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한 편 한 편의 이야기는 가볍지 않고, 이것을 과연 소설이라고 불러도 될까라는 생각이 들만큼 현실과 가까이에 있다. 그리고 이것은 곧 사라졌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계급 혹은 신분제를 다시금 떠올리게 하고, 서울과 지방 사이의 차등, 청년에게 닥친 가난에 대한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진만과 정용은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아서, 책을 덮는 순간까지도 그들의 얼굴을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어딘가에 있을 정용과 진만, 민재가 행복하길 바란다.
'층위'는 '어떤 종류의 언어 요소가
전체적인 언어 구조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뜻합니다.
상하의 개념을 포함하는 이 층위는 비단 언어뿐만 아니라
지층이 쌓인 순서를 설명할 때도 사용됩니다.
층위의 사전적 정의 중 '구조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곧 인간에게도 적용되고,
이러한 층위는 때로 계급화 되어 사람에게 등급을 매기기도 합니다.
층위가 있어야 할 곳과 없어도 되는 곳을 구분하는 것은
누구의 몫이자 누구의 역할일까요.
저는 다만 인간 세상에서만큼은 그러한 층위가
존재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슴씀의 독서 일기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