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애/최진영, 작가정신
지은이: 백신애, 최진영
출판사: 작가정신
판형:115*183mm
쪽수: 260쪽
출간일: 2022년 12월 20일
분야: 소설(한국문학)
※위의 서지사항은 작가정신 홈페이지를 참고함.
※http://www.jakka.co.kr/kor/book/view.php?idx=416&p2=27&p1=25
♥ 추천 독자
✔ 여성으로서 진취적인 삶을 살기를 원하는 사람
✔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차별과 시선으로부터 용기를 잃고 싶지 않은 사람
✔ 근대 여성 작가의 작품을 접해보고 싶은 사람
✔ 사랑과 희망의 힘을 믿는 사람
� 본 도서는 출판사의 사전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는 작가정신의 '소설, 잇다' 시리즈로 근대 여성 작가와 현대 여성 작가의 만남을 통해 한국 문학의 근원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다시, 또 함께' 바라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되었습니다.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는 작가정신의 '소설, 잇다' 시리즈의 첫 번째 책으로 근대 여성 작가 백신애와 현대 여성 작가 최진영의 작품이 담긴 소설집이다. 백신애는 세 편의 소설(「광인수기」, 「혼명에서」, 「아름다운 노을」)을 통해 여성의 삶과 사랑, 욕망을 그려내고, 최진영은 백신애의 소설 중 「아름다운 노을」을 이어 받아 지금, 여기 여성들의 삶과 사랑을 그려낸다. '소설, 잇다' 시리즈의 시작이 되는 본 도서는 근대와 현대를 이음과 동시에 근대 여성 작가의 작품을 현대 여성 작가가 변주함으로써 더 넓은 세계에 대한 궤적을 그려간다.
p.17 내가 모두 팔자로 돌리고 좋으나 궂으나 좋다고만 하니까 아주 나를 바보로 아는 모양이지. 이 지경을 만드는 것을 보면. (「광인수기」)
p.47 사랑한다는 것은 흐르는 물과 같아서 자꾸 변해진다고요? 참 잊어버렸군,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랑이란 영원한 것이 아니고 찰나가 연장해가는 것이니까 이 순간 아무리 사랑하지마는 다음 순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라지요. (「광인수기」)
p.72 나에게 괴로움이란 이것이었어요. 나에게 이혼한 여자란 불명예를 회복시키라는 것입니다. 그러자면 첫째 방 안에서 나오지 말아야 하며, 세상의 기구한 억측에서 흘러나온 갖은 비평을 일일이 변명하고, 그리고 주위의 명예를 위하여 세상에 사죄하는 뜻으로 근신하여야 되며, 그리고 얌전스런 여인으로서의 본분을 지켜야 된다는 것입니다. (「혼명에서」)
p.179 우리는 다만 그러고 있기만 하면 그만입니다. 그 외에 다른 아무 욕망이 없었어요. 그는 어린아이처럼 되려고 애쓰고 나는 늙은 어른같이 보이려 애쓰고, 그러면서도 모든 것을 잊고 함께 감격되는 이야기가 나올 때는 서로 뺨을 기대고 하였답니다. (「아름다운 노을」)
p.229 내가 간절하게 원하는 건 바로 이런 것.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보고 웃는 것. 비슷한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것. 나에게 기쁜 마음을, 심심한 마음을, 힘든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 그 마음을 나눌 수 있다면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인생을, 외롭고 불안한 하루하루를, 망하고 계속 망할 뿐이라는 평범을 삶을 기꺼이 살아갈 수 있다.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
소설가 백신애는 192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나의 어미니」로 등단하여 시베리아를 방랑하는 고려인의 처참한 모습을 그린 「꺼래이」와 지독한 가난과 여성의 돌봄 노동을 그린 「적빈」 등 다수의 작품을 남기고 떠났다. 그는 또한 여성계몽운동을 이끌며 여성들에게 "깨어나라."라고 외친 작가이며, 이는 곧 그의 작품(저항문학)으로도 이어진다. 「구의 증명」, 「해가 지는 곳으로」 등의 작품을 쓴 최진영은 2006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하였다. 그는 작품을 통해 여성들의 사랑, 연대를 그려낸다.
(소설가 백신애를 알게 된 건 아르코 연수 단원으로 일하게 되면서부터이다. 지역의 문학관에서 일하는 나는 전시 자료를 정리하며 백신애를 알게 되었다. 앞서 간략하게 설명하였듯 백신애는 소설과 삶 모두에서 계몽적이었고, 여성들에게 "깨어나라."라고 외친 작가이다(백신애를 알게 된 후,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백신애를 알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작가정신에서 백신애의 작품을 소개해 주어 감사한 마음이다).)
수록된 백신애의 작품 중 가장 좋았던 건 「아름다운 노을」이었다. 「아름다운 노을」은 32세 여성과 10대 소년의 사랑을 그린 소설로, 작가는 '순희'라는 인물을 통해 사랑에서 발화되는 감정과 현실 속에서 갈등하는 여성의 모습을 그려낸다. 10대 소년이자 남편 될 사람의 동생을 사랑하게 된 순희는 소설 속 화자에게 자신의 사랑을 말로 전달하며 소년을 향한 애끓는 마음을 드러낸다. 소년을 향한 순희의 마음은 사랑 그 자체에 다름없지만, 이야기가 고조될수록 순희의 마음은 타들어가기만 한다. 최진영은 이러한 순희의 마음을 이어받아 두 여성(정규와 순희)의 사랑이 담긴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낸다.
표제작이자 「아름다운 노을」을 변주한 소설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는 정규와 순희의 사랑을 그려내는 작품이자 여성에게 가해지는 일상의 위협을 그린 소설이고, 동시에 희망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취업 준비를 하며 편의점과 펍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정규는 우연한 기회로 순희를 만나게 되고, 자신이 순희를 자꾸 보고 싶어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백신애가 소설에서 사랑을 향한 순희의 뜨거운 마음을 그려냈다면, 최진영은 정규와 순희의 사랑을 '조금은 편안한 것'으로 그려낸다. 이어지는 에세이에서 작가는 '무엇보다 나는 현대의 순희에게 사랑의 혼란과 피로감을 주고 싶지 않았다.'라고 말하며 정규와 순희를 여성으로 설정한 것에 대해서는 '도리와 지나의 사랑을 쓰면서 나는 사랑의 온기를, 사랑의 힘을 믿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여자와 여자의 사랑에 다시 기대고 싶었다.'라고 요약한다.
백신애와 최진영 사이에는 약 백여 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이 존재하지만, 두 사람 모두 여성이라는 점, 나아가 여성의 삶을 들여다보고 여성의 삶을 이야기하는 작가라는 점에서 선명한 공통점을 가진다. 이러한 두 사람의 작품이 함께 실린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는 여성이 또 다른 여성에게 선사하는 선물이자 앞선 경험이며, 용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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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완독한 김혜순의 『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은』이 생각났던 책. 바리데기 설화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듯 백신애 소설의 주인공도 자꾸만 누군가에게 말을 한다. 누구에게라도 털어 놓아야만 하는 이야기. 그래야만 내가 살 수 있는 이야기. 그것이 바로 여성들의 삶이 아닐까 싶다.
세상은 다양한 존재로 이루어져 있지만,
때로 인간은 그러한 사실을 잊고는 합니다.
소수자로 명명되고 소수로 여겨지는 것들을
한 번 더 바라보는 눈이 제게도 길러지기를 바랍니다.
여름의 독서 일기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