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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연 Jun 06. 2024

노을의 따뜻함은 고양이를 더욱 빛내지

우리의 대화는 야옹




해질 무렵 고양이의 눈은 느리게 빛난다. 따스한 햇살 아래 잠들었던 몸을 천천히 일으키며 다가올 밤을 맞이한다. 


골목을 지키는 늠름한 고양이, 등어


추운 계절을 지나 초여름의 뜨거운 햇살이 고양이의 등에 내려앉는다. 털을 스치는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옥상을 두 발과 등으로 누빈다. 까만 털 가득 먼지가 묻어도 괜찮다는 듯 달래와 등어는 몸을 이리저리 굴린다. 제 몸 가까이 기어 오는 개미를 가만히 들여다보며. 


카메라 켜자마자 도망가는 달래와 카메라가 있든 말든 볼일 보는 등어


고양이는 어쩜 저리 느긋할까.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한 나와 달리 달래는 느리지만 꼼꼼하게 그루밍한다. 혀가 닿지 않으면 닿지 않는 대로, 제 몸을 닦는 데 아주 열심이다. 그러다 벌러덩 누워 남은 햇살을 만끽한다. 제 옆에 앉은 나를 바라보며 만져달라고 야옹 소리 낸다. 그 모습이 참으로 능청스럽다.


해가 집니다.


해가 지면 달래와 등어는 골목을 탐험한다. 무엇이 그리 흥미로운지 코를 씰룩거리며 고개를 이리저리 돌린다. 그러다 길가에 난 풀을 먹고 전봇대 아래 날아다니는 벌레를 향해 손을 뻗는다. 달래와 등어에게 골목은 삶의 터전이자 놀이터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라고 믿는 내게 달래와 등어는 또 한번 알려준다. 

행복은 지금, 여기 있는 것이라고. 

행복은 느끼기 나름인 것이라고.

우리는 언제든 행복할 수 있고, 그래도 되는 존재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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