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대화는 야옹
이토록 완벽한 여름이 또 있을까. 해질 무렵 대문 위에 앉아 골목을 지그시 바라보는 달래를 보고 있으면 여름이야말로 고양이를 위한 계절이라는 생각이 든다.
따글따글, 뜨거운 햇볕 아래 뒹굴거리며 배와 등을 지지는 고양이. 그러다 몸이 뜨거워지면 그늘로 숨어 두 눈을 꼭 감는다. 느리지만 가벼운 고양의 발걸음은 여름의 게으른 바람을 닮았고, 그늘에 누워 햇볕을 바라보는 고양이의 눈 속엔 에메랄드 빛 바다가 헤엄친다. 저 눈 속에 담겨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은 어떤 빛을 띠고 있을까. 사람들의 표정은 얼마나 비슷하고 또 다를까. 달래의 시선을 따라 세상을 바라보면 하루를 다르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지금의 나를 조금 더 사랑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고양이의 눈은 느리게 깜빡이고, 그 속에 든 바다는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비쳐 내 시선에 닿는다. "달래야. 달래는 뭘 보고 있어?" 물으면 돌아오는 건 "야옹." 혹은 침묵. 노랗게 물드는 노을과 조용히 파도치는 눈동자와 머리카락을 스치며 지나가는 여름 바람이 있는 오후다.
먼 곳을 바라보는 달래의 시선 끝에 무엇이 걸려있을까. 달래의 시선 속 나는 어떤 얼굴을 하고, 어떤 목소리를 가진 사람일까.
언젠가 여름을 기억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날 얼굴이 달래와 등어이기를. 뜨거운 여름 햇살에 불평하기보다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고양이의 걸음과 부드러운 등을 기억하기를. 동그란 정수리가 햇볕을 받아 따뜻해질 때, 손차양을 만들어 고양이의 정수리 위에 그늘을 만들어주는 사람이 되기를.
여름은 덥고, 뜨겁고, 습하지만 고양이가 있기에 지날 수 있는 계절.
여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하는 고양이.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이기. 나는 또 고양이에게서 삶의 태도를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