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목연 Feb 13. 2020

다섯 형제, 세상 밖으로 나오다

은비 또랑 쩨째 달래 둥이가 태어나던 날





2019년 3월 9일은 나와 언니, 엄마에게 있어 꽤 역사적인 날이다. 제목을 통해 알 수 있듯 그 날은 우리의 다섯 아가들이 태어난 날이므로. 


그 날은 여느 날과 다를 것 없었다. 나는 과제를 하기 위해 거실에 앉아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었고 언니는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었다. 방에서 텔레비전을 보던 엄마는 겉옷을 입으며 밤 산책을 나간 쁘니를 불렀다. 엄마가 "쁘니야" 하고 부르자 담벼락 사이로 쁘니가 보였고 집에 도착함과 동시에 쁘니는 긴 울음을 뱉었다. 그 순간 나와 엄마, 언니는 쁘니의 출산을 예감했고 해야 할 일을 제쳐둔 채 쁘니에게로 향했다. 내 책상 아래로 들어간 쁘니는 진통 때문에 고통스러운 듯 울음을 뱉었다. 울음을 뱉으며 배에 힘을 주자 젖은 몸의 새끼가 모습을 드러냈다. 쁘니는 새끼를 혀로 핥았고 갓 태어난 새끼는 앞이 보이지 않는데도 젖을 찾아 입에 물었다. 새끼의 젖은 털을 다 말릴 새도 없이 쁘니는 다시 한 번 힘을 줬다. 약 삼십 분 간격으로 네 마리의 새끼가 태어났다. 나와 언니는 포스트잇을 꺼내 아이들이 태어난 시간을 적었다. 이제 다 나왔나 보다, 하며 한숨을 돌릴 때 쁘니가 다시 한 번 배에 힘을 줬다. 그리고 막내인 둥이가 태어났다. 



아이들이 세상에 나온 날, 아직 털이 젖은 모습이다



첫째와 막내 사이엔 약 네 시간의 텀이 존재했다. 그래서 둥이의 생일은 3월 9일이 아닌, 3월 10일이다. 출산을 모두 마치자 새벽 두 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엄마는 닭가슴살을 삶아 쁘니 앞에 두었고 쁘니는 순식간에 국물을 모두 마셨다. 나와 엄마, 언니는 쁘니가 국물을 마시는 모습을 보며(정확히는 혀의 움직임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건 쁘니의 모습이 마냥 귀여워서였기도 했지만 국물을 허겁지겁 마시는 그 모습이 애잔해보였기 때문이기도 했다. 아이들의 털은 생각보다 더디게 말랐고 힘들텐데도 쁘니는 제 새끼를 먼저 챙겼다. 




태어나고 며칠이 지났을 무렵, 눈을 아주 조금 뜬 모습



새끼들은 느리지만 빠르게 자랐다. 어느 날엔 반쯤 뜬 눈으로 나를 봤는데 어느 날엔 다 뜬 눈으로 나를 보곤 했다. 귀는 눈보다 늦게 열려서 나는 덜 열린 귀를 만지며, 언제 다 클래, 하고 말했었다.



조금 더 자란 아이들의 모습, 쩨째는 자꾸 쁘니 등을 탔다



하루하루 자라나는 새끼들을 보며 엄마는 "애기들은 원래 하루가 다르게 큰다"고 말했다. 아이를 키워본 적 없는 나는 새끼들이 자라는 속도에 놀랐지만 엄마는 익숙하다는 듯 "원래 그래" 라며 웃었다. 문득 엄마 덕분에 내가 이토록 건강하게 자랐음을, 새삼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모여 자는 아가들, 참 예쁘다


닮아도 너무 닮은 은비와 쩨째. 다행히 가르마(검은 털이 왼쪽에 있으면 은비, 오른쪽에 있으면 쩨째. 그리고 쩨째의 검은색 털 영역이 조금 더 넓다)의 방향이 달라 그것으로 둘을 구분했지만, 완전히 자라 얼굴이 다름을 인식하기 전까지 엄마는 자주 쩨째와 은비를 헷갈리곤 했다.




지금은 모두 자랐지만 내 눈엔 여전히 아기인 우리 아가들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만 살자!

매거진의 이전글 비가 와도 아기 고양이는 힘이 넘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