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목연 Feb 16. 2020

고양이의 이름

은비 또랑 쩨째 달래 둥이가 되기까지





다섯 형제의 이름은 은비 또랑 쩨째 달래 둥이. 우리의 아가들이 이름을 갖기까지엔 많은 과정이 있었다.



은비 / 쩨째


<은비와 쩨째>

은비와 쩨째는 처음부터 '은비'와 '쩨째'가 아니었다. 두 고양이의 처음 이름은 '통깨'와 '참깨'였다. 사진을 통해 알 수 있듯 은비와 쩨째는 데칼코마니라고 해도 믿을 만큼 비슷한 털을 가졌다. 그래서 처음 은비와 쩨째를 봤을 때, 어쩜 이미 닮았냐고 놀라곤 했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까만 털이 난 방향이 다르고 얼굴 역시 다르다. 은비가 여우처럼 생겼다면(지금은 살이 쪄서 동글동글해졌다) 쩨째는 조금 개성 있는 얼굴이다(가끔씩 스핑크스 고양이가 생각나기도 했다). 노랗고 까만 털이 깨를 떠올린다며 지었던 이름은 며칠 가지 않았다. 그러다 지은 이름이 '은비, 까비'였다. 다른 형제들에 비해 도도하고 사람 곁에 오지 않던 은비는 단지 그런 성격 탓에 '은비'가 되었고, 호기심이 많아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쩨째는 '까불까불'이라는 단어에서 모티프를 얻어 '까비'가 되었다. 아이들의 이름을 잘 외우는 나와 언니와 달리 엄마는 아이들의 이름을 헷갈려했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또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 은비는 은비로, 까비는 쩨째로(엄마는 쩨째를 '셋째'로 자주 불렀다. 그래서 발음의 유사성을 핑계로 나는 '셋째'는 너무 정이 없으니 '쩨째'로 하자고 했다). 



또랑 / 달래


<또랑이와 달래>

또랑이와 달래는 태어난 순간부터 또랑이와 달래였다. 또랑이가 또랑이가 된 데에는 언니의 몫이 큰데(언니의 특징 중 하나는 이상한 발음 찾기가 있다/예전에 잠시 우리 집에 살았던 '깅깅이' 역시 언니가 지은 이름이다), 정수리에 난 털이 꼭 도랑 같다며 붙인 이름이다. 언니는 또랑이를 보자마자 "얘 머리에 또랑(도랑) 있다!"라고 했다. 그때부터 또랑이는 또랑이가 되었다. 

달래 역시 태어날 때부터 달래였는데, 큰 이유는 없다. 쁘니의 임신 소식을 알게 된 후 나와 언니는 일찍부터 아이들의 이름을 고민했고 그때 생각한 이름 중 하나가 '달래'였다. 다섯 마리 형제 중 가장 예쁜 달래는 외모나 성격과는 상관없이 달래가 되었다.



둥이(둥이의 또 다른 별명은 '개둥둥' / 개냥이라서 붙인 별명)


<둥이>

우리 집에서 가장 이름이 많은 고양이를 고르라면 단연 둥이일 것이다. 둥이의 이름은 여러 번 바뀌었는데, 첫 번째 이름은 '냉이'였다. 둥이가 냉이로 불렸던 이유는 달래를 '달래'로 정하니 자연스레 '냉이'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마침 3월이기도 하고, 달래가 있는데 냉이가 없으면 되겠나 하는 이상한 억지 때문이기도 했다. 그렇게 둥이는 며칠간 냉이로 불리다가 갑자기 만두가 되었다. 냉이가 만두가 된 데에는 아주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다. 막내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덩치를 가졌기에, 또 통통한 볼살이 두꺼운 피를 가진 손만두 같아서. 하지만 언니는 만두는 냉이라 불렀고 나는 만두야~ 했으며, 엄마는 막내야 하고 불렀다. 이런저런 이름으로 불리던 막내는 결국 둥이가 되었는데, 어느 날 엄마가 막내를 "막둥아~" 하고 부르는 목소리가 좋아서, 둥이로 이름 짓게 된 것이다. 길고 긴 방황 끝에 막내는 둥이가 되었고 멀리서도 "둥아~" 하고 부르면 쪼르르 오는, 개냥이가 되었다.




(사진은 모두 아가들의 어린 시절, 지금보다 더 활발하고 사고를 많이 치던 때)


이름을 짓고 그 이름을 부른다는 건 사랑의 또 다른 얼굴


각기 다른 이름이지만 그 속에 든 사랑하는 마음은 늘 같다는 걸,

아가들을 통해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하루

매거진의 이전글 다섯 형제, 세상 밖으로 나오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