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연휴를 맞아 집에서 쉬던 아빠는 심심하다며 딸기를 사왔다. 손가락 두 마디보다 더 큰, 달콤한 냄새가 상자 밖에까지 퍼지는 딸기를. 엄마는 아빠가 사온 딸기를 보며 맛있겠다는 말 대신 뭐 하러 샀냐는 말을 먼저 꺼냈다. 지난번에 먹고 남은 딸기가 냉장고에 아직 한 가득이라며. 엄마의 말에 아빠는 말없이 웃었다.
몇 해 전부터 아빠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졌다. “맥도날드 가서 햄버거 사올까? 너희 햄버거 좋아하나?” 언니와 나는 아빠 대신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말했다. “갑자기?” 아빠는 우리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집을 나섰고, 삼십 분쯤 지나 두 손 가득 햄버거를 사들고 왔다. 어리둥절한 얼굴로 아빠를 보고 있으면 엄마는 옆구리를 쿡 찔렀다. “같이 일하는 아저씨들이 주말에 딸내미들이랑 햄버거 먹는다는 말 듣고 그러는 거다.” 아빠는 뿌듯한 얼굴로 햄버거를 내려놓았고 나와 언니는 기쁘게 웃으며 “잘 먹겠습니다.” 했다. 점심시간마다 편의점에 들르는 아빠는 어느 날 내게 물었다. “편의점 가면 요플레 원 플러스 원 하는 거 아나? 아빠가 하나 사올까?” 아빠만큼이나 편의점에 자주 가는 나는 그것을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척 고개를 저었다. 그럼 아빠는 주말마다 편의점에 들렀고 요플레를 2만 원 어치나 사왔다. 처음엔 그런 아빠의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좋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아빠가 사온 요플레는 짐이 되었다. 엄마는 아빠 덕분에 매주 냉장고 청소를 한다며 요플레를 얼른 먹고 치우라고 했다. 하지만 요플레는 주말이면 다시 채워졌고 결국 나는 아빠에게 요플레를 그만 사오라고 말했다. 아빠는 내 말에 서운한 듯 “왜? 맛이 없나?” 하고 물었다. 아빠 옆에 있던 엄마는 “그게 아니라 당신이 너무 많이 사오니까 그렇지.” 했다. 밥을 먹고도 요플레를 두 개씩 마시는 아빠로선 그조차도 핑계로 들리는 듯 했다. 그 날 이후 아빠는 곧장 편의점에 가는 대신 엄마에게 묻곤 했다. “요플레 다 먹었나?” 아빠의 질문에 엄마가 “다 먹었네.” 하면 아빠는 편의점으로 향했고 “아직 많다.”는 대답이 돌아오면 다시 안방에 누웠다.
요즘 우리 집 냉장고엔 요플레가 없다. 대신 2리터 미숫가루 우유가 놓여 있다. 가족들로부터 요플레 금지령을 받은 아빠는 요플레 대신 미숫가루 우유를 선택한 것이다. 엄마는 아빠가 사온 미숫가루 우유를 보며 고개를 저었지만 “왜 사왔어.” 하고 따지진 않았다. 그저 나와 언니에게 한 잔씩 나눠주며 “얼른 먹고 치워라.” 할 뿐이었다.
아빠는 요즘도 주말이면 편의점에 간다. 가서 자신이 먹을 술과 안주를 사고 우리에게 줄 간식도 산다. 빵빵해진 봉지를 식탁 위에 두며 아빠는 “먹어라.” 하고, 그럼 우리는 ‘이걸 언제 다 먹지.’ 생각하면서도 “잘 먹을게요.” 말한다. 이처럼 아빠의 사랑은 빵빵해진 봉지만큼이나 커다랗고 투박하다.